“돈 없으면 죄수 석방하라”

“돈 없으면 죄수 석방하라”

입력 2011-05-25 00:00
수정 2011-05-2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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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원 “캘리포니아주 재소자 과밀 위법” 판결

‘죄수의 인권’과 ‘시민의 안전권’ 사이에서 가치의 무게를 저울질하던 미국 대법원이 결국 인권의 손을 들어줬다. 가용인원을 넘어선 재소자를 받아들인 캘리포니아주 교도소에 “수감 인원을 줄이라.”고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형기를 채우지 않은 흉악범이 대거 풀려난다면 치안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파산 직전의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정의의 지향점을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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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방안에 빼곡히 들어찬 2층 침대 위에 불편한 자세로 누워 있다. 11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교도소에는 현재 14만명 이상의 재소자가 생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방안에 빼곡히 들어찬 2층 침대 위에 불편한 자세로 누워 있다. 11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교도소에는 현재 14만명 이상의 재소자가 생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미 연방대법원은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재소자 과밀문제를 해소하려고 주 정부에 “교도소 수감자 4만 6000명을 줄이라.”고 명령한 것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주 정부가 교정시설의 포화현상을 방치해 ‘잔혹하고 비상식적인 형벌 부과 금지’를 규정한 미 수정헌법 8조를 위반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는 현재 14만~16만명가량인 교도소 수감 인원을 2년 안에 11만명으로 줄여야 한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용자 감축이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합헌 판결을 내렸고 보수성향인 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취약한 교정시설 환경을 비판했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캘리포니아 교도소 수감자들이) 공중전화 부스만 한 감방에서 화장실도 없이 생활한다. 이 때문에 이 교도소 수감자의 자살률이 다른 지역 교도소보다 80%나 높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주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들이 먹고 잘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체육관 등에서 살을 부딪치며 생활하는 일까지 생겼고 50여명이 화장실 한칸을 함께 쓰기도 한다. 또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다수의 대법관들이 캘리포니아 시민의 안전을 걸고 도박을 하는 꼴”이라며 이번 판결에 반기를 들었다. 보수성향인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이번 결정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명령일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도 “(감축 예정인) 4만 6000명은 3개 사단급 병력과 맞먹는 숫자”라며 이들이 풀려나면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수용 인원 감축 방법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케네디 대법관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수감자를 조기 석방하는 것 외에 새 교도소를 짓거나 국영 교도소로 일부를 옮기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주 정부가 재정위기를 겪는 탓에) 스스로 수감시설을 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올해 초 주의회에 수감자 일부를 연방 교도소로 옮기거나 조기석방하는 내용을 담은 감축안을 제출했다. 주 정부 측은 “폭력적인 수감자는 조기석방시키지 않을 것이며 이들을 제외한 수천명이 석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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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5-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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