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연방정부 폐쇄 돌입 시한을 불과 1시간 남겨둔 8일 밤 11시(현지시간) 2011 회계 연도 예산안 협상에서 극적인 대타협을 이뤘다.
미국 국민들은 협상 결과에 관심을 쏟았겠지만, 한국인의 눈엔 미국 정치권이 보여준 ‘협상의 기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 국회가 매년 예산안 처리 때마다 연례 행사처럼 보여주는 망치, 도끼, 전기톱, 주먹, 코피, 옷 찢기, 철야 농성 등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첫째, 대통령이 여야 수뇌부를 백악관으로 불러모아 타협을 주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동안 세 차례나 백악관에서 공화당(야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해리 리드 민주당(여당) 상원 원내대표 등과 밤늦게까지 ‘최후의 담판’을 시도했다. 이 기간 대통령의 다른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청와대는 뒤로 빠져 있고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담판을 벌이는 한국의 정치 문화와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이 실패할 때마다 TV 카메라 앞에 나와 국민들에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협상 경과를 설명했고, 협상이 타결됐을 때도 역시 국민들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이를 두고 상당수 미국 언론은 “오바마가 이번 예산 전쟁에서 국민들에게 통합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둘째, 야당 대표가 기꺼이 백악관으로 들어가 협상에 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여당 대표와 나란히 백악관으로 들어가고 나란히 나오면서 협상에 임하는 자세와 협상 결과를 국민들에게 설명했다. 한국 같으면 대통령이 아무리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타협을 종용하고 싶어도 야당 측이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통령과 1대1로 마주앉아 담판을 벌이려 하거나, 아니면 장외투쟁에 나섬으로써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쪽을 한국 야당은 선호한다.
셋째, 여야가 최대한 윈윈(win-win) 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미국의 2011 회계 연도 예산안은 지난해 10월까지 처리됐어야 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무려 6개월이나 미뤄진 것이다. 무리하게 밀어붙여서 둘 다 ‘루저’(loser)가 되기보다는 둘 다 승자가 되는 방법을 끝까지 모색했다고 볼 수 있다. 좀 협상해 보다 안 되면 ‘화끈하게’ 몸싸움 한바탕 치러서 여야 모두 국민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한국 국회와는 판이하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미국 국민들은 협상 결과에 관심을 쏟았겠지만, 한국인의 눈엔 미국 정치권이 보여준 ‘협상의 기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 국회가 매년 예산안 처리 때마다 연례 행사처럼 보여주는 망치, 도끼, 전기톱, 주먹, 코피, 옷 찢기, 철야 농성 등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첫째, 대통령이 여야 수뇌부를 백악관으로 불러모아 타협을 주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동안 세 차례나 백악관에서 공화당(야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해리 리드 민주당(여당) 상원 원내대표 등과 밤늦게까지 ‘최후의 담판’을 시도했다. 이 기간 대통령의 다른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청와대는 뒤로 빠져 있고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담판을 벌이는 한국의 정치 문화와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이 실패할 때마다 TV 카메라 앞에 나와 국민들에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협상 경과를 설명했고, 협상이 타결됐을 때도 역시 국민들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이를 두고 상당수 미국 언론은 “오바마가 이번 예산 전쟁에서 국민들에게 통합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둘째, 야당 대표가 기꺼이 백악관으로 들어가 협상에 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여당 대표와 나란히 백악관으로 들어가고 나란히 나오면서 협상에 임하는 자세와 협상 결과를 국민들에게 설명했다. 한국 같으면 대통령이 아무리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타협을 종용하고 싶어도 야당 측이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통령과 1대1로 마주앉아 담판을 벌이려 하거나, 아니면 장외투쟁에 나섬으로써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쪽을 한국 야당은 선호한다.
셋째, 여야가 최대한 윈윈(win-win) 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미국의 2011 회계 연도 예산안은 지난해 10월까지 처리됐어야 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무려 6개월이나 미뤄진 것이다. 무리하게 밀어붙여서 둘 다 ‘루저’(loser)가 되기보다는 둘 다 승자가 되는 방법을 끝까지 모색했다고 볼 수 있다. 좀 협상해 보다 안 되면 ‘화끈하게’ 몸싸움 한바탕 치러서 여야 모두 국민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한국 국회와는 판이하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4-11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