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마침내 해냈다!” 이집트 전역 시민들 환호 물결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 “마침내 해냈다!” 이집트 전역 시민들 환호 물결

입력 2011-02-12 00:00
수정 2011-02-1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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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으로… 마침내 내디딘 민주주의 첫걸음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시위 18일째인 11일 사퇴 선언을 하자 이집트 전역은 환호로 뒤덮였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저녁 6시쯤(현지시각) 국영 방송을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군에 권력을 이양키로 했다.”고 발표하자,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당초 중요한 성명이 나올 것이라는 소식에 기대는 했지만 막상 하야 발표가 이뤄지자 시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야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이집트 전역은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로 가득했다. 전날 무바라크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겠다고 발표하면서 기대를 걸었던 군부가 이날 오전 두번째 최고지휘관 회의를 가진 뒤 금요 예배가 시작되는 정오를 단 몇 분 남겨 놓고 무바라크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적법한 요구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지 18시간 만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듯한 군에 대해 시민들은 “우리의 모든 희망이 군에 달려 있었는데, 실망이다.”라고 소리쳤다. 시위 구호도 “떠나라”에서 “무바라크를 법정에 세우자”로 바뀌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시나이 반도의 휴양 도시 샤름 엘셰이크로 떠난 것이 확인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시위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헬리콥터 2대가 대통령궁에서 출발하자 “떠나라.”고 외치는 등 기대감을 키웠다. 여기에 국영TV가 대통령궁에서 중대 성명이 발표될 것이라고 알리자 시위대는 조금 더 들떴다. 하지만 이미 전날 하야를 기대하다가 실망, 분노를 경험했던 시위대로서는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수 없었다.

하지만 하야 발표 후 국민들은 그간의 울분을 다 토해내기라도 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타흐리르 광장에 있던 기기 이브라힘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해냈다.”면서 “믿을 수가 없다. 무바라크, 그 독재자가 가고 이집트 국민들이 영원히 자유다.”라며 감격했다.

이날 예배가 끝나자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더 이상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AFP통신은 이날 수도 카이로에서 100만명,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에 50만명이 시위에 참여하는 등 150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왔다고 전했다.

대통령궁, 정부 청사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날은 최소 2000명의 시위대가 국영 방송국을 둘러싸고 “정부의 거짓말을 전하고 국민들을 배신했다.”고 항의했다. 시나이 반도에 위치한 엘아리시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총격으로 1명이 숨지기도 했지만 시위대들은 최대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요구사항을 얘기했다.

시민들은 일제히 신발을 벗어 공중에 흔들어대며 현 정부에 대한 경멸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격앙된 분위기 속에 유머 있는 시위문구도 등장했다. 타흐리르 광장 바닥에 당나귀 그림을 그린 한 시위 참석자는 그 안에 “우리는 당신의 메시지를 받고 당신이 당나귀(겁쟁이라는 뜻)라는 걸 알았다.”고 써 넣었다. 수에즈 운하 근로자들로부터 시작된 노동조합의 시위 합류도 계속됐다. 대중교통시설은 물론 병원, 우체국, 통신회사 등의 노조도 일제히 거리로 나섰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1-02-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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