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가장’에서 대통령으로

‘소년 가장’에서 대통령으로

입력 2010-07-01 00:00
수정 2010-07-01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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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당선된 크리스티안 불프(51) 신임 독일 대통령은 심지가 굳지만 세련된 매너로 조용하게 합의를 이끌어내는 온건 보수주의자로 일반 국민은 물론 정치적 경쟁자들로부터도 높은 신망을 받고 있다.

1994년과 1998년 니더작센 주총리직을 놓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연방총리와 벌인 두 차례의 대결에서 패배했던 불프 대통령은 슈뢰더가 연방총리에 선출되고 난 후인 2003년 2전3기 끝에 주총리에 올라 연임에 성공했다.

한때 연방 총리감이라는 평가를 들었으나 2008년 “난 그런 야망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시 “나는 권력에 대한 절대의지, 그리고 총리직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알파형 남성으로는 부족하다”고 실토했다.

1959년 6월 19일 독일 북부 오스나브뤼크에서 태어난 불프 대통령은 어린 시절 부친이 세상을 떠난 데다 모친도 병환에 시달리면서 10대때부터 모친과 여동생을 보살피는 ‘소년 가장’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스나브뤼크의 에른스트 모리츠 아른트 김나지움을 졸업한 뒤 오스나브뤼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1987년과 1990년 1,2차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16세였던 1975년 기민당(CDU)에 입당해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당 학생연맹의 연방 의장을 지냈고 1979년부터 1983년까지 당 청년동맹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1994년부터 니더작센 주 당의장을 지냈다.

니더작센 주에서도 연방과 마찬가지로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등 정책적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노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연방의 보수연정이 출범한 후에도 연정의 감세계획을 지지했다.

가톨릭 신자로 기민당 내의 가톨릭 계파에 소속돼 있다. 독일 대통령에 가톨릭 신자가 당선된 것은 1959년 하인리히 뤼브케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야당은 대통령직이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는 자리인데 연정 내에서 불프 대통령의 후보 지명이 정치공학적 계산에서 결정됐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통령직이 정당정치에 휘둘리면서 권위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또 메르켈 총리가 당내 라이벌 제거 차원에서 불프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데다 나이나 정치적 색깔을 고려할 때 메르켈 총리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선거 전 엠니트의 여론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2%가 사민당(SPD), 녹색당의 후보인 요아힘 가우크(70) 전 슈타지 문서관리청장이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하다고 응답했고 불프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36%에 불과했다. 포르자의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42% 대 32%로 10%포인트에 달했다.

캠퍼스 커플로 지냈던 동갑내기 변호사 크리스티안네 여사와 1988년 3월 결혼해 딸 아날레나(17)를 뒀으나 2006년 6월 이혼했다. 2008년 3월 총리실 공보보좌관이자 아들 한 명을 둔 베타나 (37)과 재혼했고 두 달 후인 5월에는 둘 사이에서 또 아들이 태어났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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