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이번엔 ‘스페인發 악재’

세계 금융시장 이번엔 ‘스페인發 악재’

입력 2010-05-26 00:00
수정 2010-05-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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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가 자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주택대출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스페인발 폭풍’으로 초토화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적자로 시작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위기가 민간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최대 저축은행 부실자산 163억弗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1만선이 무너졌다. 오전 10시30분 현재 다우지수는 2.02% 떨어진 9863.58,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1.99% 하락한 1052.24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심리 상승, 실업률 감소 등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각종 청신호보다 유럽발 경제위기 지속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증시는 폭락했고, 유럽 증시도 급락하고 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 주가지수는 2.55% 하락한 4940.39로 지난해 9월 수준까지 후퇴했다.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 주가지수는 3.37%,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30 주가지수도 2.78%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증시하락의 원인으로 ‘스페인 중앙정부의 저축은행 인수’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스페인 긴급개혁 촉구 성명 등을 지목하고 있다. 앞서 22일 스페인 중앙은행은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저축은행 카자수르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재산관리인을 파견했다.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카자수르는 239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1위 저축은행이지만, 부실자산이 163억 6000만달러에 이른다. 지난 한해 동안에만 5억 9600만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스페인 저축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건설경기 호황을 타고 프로젝트 대출로 급성장했지만, 주택거품 붕괴로 부실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 저축은행들은 스페인 은행사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거대한 존재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금융가에서는 그리스 다음으로 위험한 국가로 스페인을 지목해 왔다.

●저축은행 합병 등 구조조정 추진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인 정부가 카자수르를 인수한 것은 주택 거품이 꺼지면서 스페인 저축은행 업계가 처한 심각한 어려움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45개 저축은행 대부분이 금융위기로 취약해져 있다. 재무상태가 건전한 은행으로 합병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중앙은행도 4곳의 저축은행을 합병해 건전한 대형 은행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의 합병이 성사되면 스페인 5위의 금융사가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저축은행 국유화 자체가 이들의 부실자산을 떠안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스페인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최대한 자발적인 합병을 유도한다고 해도 부실자산의 일정 부분은 정부가 보조를 해줄 수 밖에 없다. 스페인은 이미 150억유로 규모의 재정감축안을 발표했고, 올해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9.3%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저축은행 내부의 반발도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페인 저축은행의 뒤떨어진 경영 구조가 구조조정의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들 은행을 지역 정치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데다 지방정부가 합병을 반대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지방 저축은행 대부분은 해고와 임금 삭감 등 여러 이유를 들어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0-05-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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