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나쁠수 없는 美·日

이보다 더 나쁠수 없는 美·日

입력 2010-04-19 00:00
수정 2010-04-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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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종락특파원│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취임 이후 껄끄럽게 이어져온 미·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하토야마 총리에게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제대로 끝까지 실현될 수 있나.”라고 힐난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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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만찬장에서 가진 10여분간의 비공식 면담에서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문제를 5월 말까지 결론 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자 “당신은 (지난해 11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나를 믿어달라.’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제대로 끝까지 실현될 수 있나.”라며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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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하토야마 총리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후텐마 기지 문제에 대해 조기 해결을 약속해 놓고 하루 만에 일본 기자들에게 “백지상태에서 재검토”라고 말을 바꾼 것에 대한 불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이때 이후 하토야마 총리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양 정상 간 신뢰관계가 전혀 없음을 나타낸 것으로, 향후 미국 정부가 하토야마 정권에 더욱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미·일 양국은 90년대 무역마찰을 겪으며 미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양국 간 주장이 부딪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처럼 미 대통령이 일본 총리 개인에게 불신감을 직접 언급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가에서는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소원한 관계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This man(이 사람)”이라고 칭한 것과 같은 외교적 참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달 안에 예정돼 있던 커트 캠벨 차관보의 일본 방문도 보류한다고 일본정부에 17일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양국 간의 관계가 더욱 멀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각 지지율이 정권의 위험 수위인 20%대까지 추락한 하토야마 정권은 더욱 위기에 몰리게 됐다. 그동안 하토야마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비교적 담담했던 일본 언론들도 드러내놓고 ‘총리 교체론’까지 거론하며 유력한 후임자들을 언급하고 있는 형국이다.

jrlee@seoul.co.kr

2010-04-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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