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아시아] 민주화 지도자 잃은 네팔 어디로

[줌인 아시아] 민주화 지도자 잃은 네팔 어디로

입력 2010-03-23 00:00
수정 2010-03-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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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랄라 前총리 사망… 마오반군과 평화협상 먹구름

네팔의 정정(政情)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에서 지난 20일 네팔 민주화 지도자인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89) 전 총리가 사망함에 따라 마감시한을 두 달여 앞둔 평화협상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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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네팔 전 총리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네팔 전 총리
총리를 3명이나 배출한 정치 명문가 출신의 코이랄라는 네 차례나 총리를 지내며 네팔 왕정 철폐와 내전 종식을 이끌어낸 ‘네팔 민주화의 화신’이다. 196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7년을 차디찬 감옥에서 보내기도 한 그는 2006년 대규모 시위를 통해 갸넨드라 전 국왕이 의회에 권력을 이양하도록 하는 데 한몫했다. 이어 총리에 오른 코이랄라는 군 통수권을 포함한 갸넨드라 전 국왕의 모든 권력을 박탈했다. 2008년 5월 갸넨드라가 왕위에서 물러나면서 240년간의 네팔 왕정이 막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네팔은 1996년 네팔 ‘마오쩌둥(毛澤東)주의’ 반군이 왕정 철폐와 공산국가 건설이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무장 봉기하면서 정부군과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치렀고, 이 과정에서 1만 3000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2006년 11월 정부와 마오 반군 측은 공화제 이행, 반군의 정부군 편입을 약속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코이랄라는 이 평화협상을 통해 마오 반군이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10년에 걸친 내전을 끝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으나, 2008년 제헌의회가 구성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제헌의회 구성 총선에서 제1당이 된 마오 반군 정치조직인 네팔공산당(M)이 야심차게 반군의 정부군 편입을 추진했으나 야당과의 갈등으로 실각했고, 네팔공산당 실각 후 출범한 새 정부의 주축인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연대 네팔공산당(UML)과 네팔국민회의당(NC)도 지금까지 반군 편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화협상의 마감시한도 오는 5월28일로 다가오고 있어 네팔은 최대 정치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현재 평화협상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보다 마오 반군이 정부군에 편성될 수 있느냐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바로 코이랄라 전 총리가 쥐고 있었다. 그는 평화협상을 위한 고위급 정치위원회 회장을 맡아 정부와 마오 반군 측을 오가며 중재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사망으로 네팔 정국은 또다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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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2010-03-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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