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다음은?…스페인·포르투갈 거론

그리스 다음은?…스페인·포르투갈 거론

입력 2010-03-05 00:00
수정 2010-03-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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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48억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안을 확정하면서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가 한숨 돌리게 되자 다음은 어느 나라 차례인가를 놓고 월가에 말들이 무성하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일부 은행과 헤지펀드들은 이미 유럽의 다른 국가들로 관심의 초점을 이동하고 있다”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이 다음 순서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가장 취약한 나라로는 스페인이 꼽힌다.

실업률이 20%에 달하고, 예산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으며 올해 0.4%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스페인은 올해 발행할 850억 달러의 국채에 대해 투자자들이 외면할 경우 거의 옴치고 뛸 여지가 없다는 것이 월가의 분석이다.

인접국인 포르투갈 역시 엄청난 재정.무역 적자와 국내 저축 부족까지 겹치면서 외국 투자자들에 대한 의존성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정부도 지출 삭감이나 증세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약해 위기 가능성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탈리아도 2조 달러 이상의 심각한 부채를 안고 있지만 앞서 두 국가 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률은 올해 0.9%로 예상되고 있고, 내년에는 1.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부터 심각한 경고음이 발동됐던 아일랜드는 정부가 강력한 공공부분 임금 삭감 등을 통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노력을 펴고 있어 역시 당장 위기가 닥칠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NYT는 그리스의 국가 부채 문제를 계기로 유럽 대륙의 정치적, 금융적 힘의 균형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가장 큰 구호자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양국의 지도자들이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의 재정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 이들 두 나라를 비롯해 서방 유럽 국가들이 올해 유럽의 재정 적자에 대처하려면 5천억 달러 이상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 스탠리의 짐 캐런 스트래티지스트는 “지금 유럽 국가들의 부채 문제는 2008년 월가에서 벌어졌던 일과 크게 차이가 없다”면서 “먼저 베어스턴스가 위기에 빠졌고, 이어 리먼 브러더스 순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가 도래한 것과 같은 상황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어스턴스가 그리스라면, 그 다음 차례는 파산을 선언했던 리먼브러더스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리스에 생명선을 던져주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역시 저성장과 자체 부채 문제로 신음하고 있어 유럽의 위기는 그 끝이 아직 멀었다는 것이 월가의 지배적 의견이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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