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미국 플로리다주) 이도운특파원|작열하는 태양과 푸른 바다, 백금가루 같은 백사장과 쭉쭉 뻗은 야자수….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남쪽에 자리잡은 맥딜 공군기지는 군 시설이라기보다는 휴양지에 가까웠다. 이 기지 안에 63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을 총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자리잡고 있다.
미 중부사는 6일(현지시간) 미국에 주재하는 30개 언론사를 초청, 이라크전과 연합군의 현황을 브리핑하는 특별행사를 가졌다.
행사에는 영국의 BBC, 프랑스의 르몽드, 일본의 NHK 등이 초청됐다. 한국 언론사로는 서울신문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기자들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이날 아침 9시에 중부사의 데이비스 콘퍼런스 센터에 도착했다. 기지 안에서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제한됐고, 화장실을 갈 때도 안내요원이 따라다녔다.
15분뒤 이라크 주둔 미군의 대변인으로 얼굴이 많이 알려진 마크 키미트 기획처장(준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브리핑의 제목은 ‘장기전(Long War)’.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바로 중부사가 외신 기자들을 불러들인 이유였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키미트 준장은 “테러와의 전쟁은 이라크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알 카에다의 뿌리를 뽑아야만 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우 오랜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미트 준장은 “대(對) 테러전에 참가한 나라들의 크고 작은 모든 협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재건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협력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부사 관계자는 키미트 준장이 이날 브리핑한 장기전이 지난해 말 미 국방부내에서 ‘냉전(Cold War)’을 이어받는 개념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전 장기화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피해보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 같다.
키미트 준장의 브리핑에 이어 ‘연합군 협력 센터’에서 열린 연합군 고위 관계자들의 브리핑에서 미국이 장기전이라는 기치를 내건 이유가 좀더 명확해졌다.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63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을 어떤 ‘기구’로 변화시키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합군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중부사 소속인 연합군을 국방부 소속으로 바꿔 중동지역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계속될 테러와의 전쟁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브리핑이 끝나자 ‘기구화’에 대해 각국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의 내용은 기자들이 소속된 국가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했는가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달랐다. 유럽과 아시아 기자들은 연합군의 동맹화 또는 나토화 가능성을 물었다.
아랍국 기자들은 장기전의 개념과 연합군 성격 변화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연합군 관계자들의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이라크전에 강하게 반대했던 유럽 국가의 고위관계자는 “미국과 테러전의 시각을 공유한다.”며 적극적으로 미국측을 두둔하다가 일부 기자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뒷자리에서 참관하던 미국측 최고위관계자가 직접 앞으로 나와 붉어진 얼굴로 기자들과 논전을 벌이기도 했다.
연합군 내의 정보 공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연합군 고위 관계자는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만이 미국과 최고급 정보를 공유한다.”면서 이들을 ‘다섯 눈(Five Eye)’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특작사의 공보담당관인 켄 맥그로는 “지난 2월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세계 83개 국가 및 지역에 8653명의 특수부대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는 중국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맥그로는 그러나 “북한에는 특작사 요원이 없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파견근무 중인 한국군 5명
|탬파(미국 플로리다주) 이도운특파원|“길에서 마주치는 미군과 연합군 장교들이 태극기 견장을 보면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해옵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에 파견된 한국군 대표단의 단장인 김동욱 준장은 6일(현지시간) 현지를 방문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연합군 내에서 자이툰 부대의 위상이 대단하다.”면서 “민사업무는 한국군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존 아비자이드 중부사령관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 지난달 말 일시 탬파로 돌아왔을 때는 김 준장에게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매우 잘했다.”고 축하인사를 하기도 했다.
김 준장은 연합군들로부터 한국군이 높이 평가를 받게 된 비결에 대해 “사병은 지휘관에 복종하고 소대장, 중대장은 웃통을 벗어던지며 솔선수범을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준장은 63개국이 중부사에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미국과의 관계나 국력 등에 따라 위상과 활동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독일이나 프랑스도 미군과의 협조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김 준장은 전했다.
현재 중부사에 파견된 한국군 장교는 김 준장과 이라크 업무를 담당하는 최철환 육군 중령, 아프가니스탄 업무를 맡은 이현모 육군 중령, 아프리카 북부 지역 담당인 김부국 공군 중령, 연합기획팀에 별도로 파견된 최재협 육군 중령 등 모두 다섯명이다.
‘최근 한·미 관계가 껄끄러워 업무 협조에 영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준장은 “군과 군 사이에는 끈끈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dawn@seoul.co.kr
이도운 특파원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남쪽에 자리잡은 맥딜 공군기지는 군 시설이라기보다는 휴양지에 가까웠다. 이 기지 안에 63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을 총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자리잡고 있다.
미 중부사는 6일(현지시간) 미국에 주재하는 30개 언론사를 초청, 이라크전과 연합군의 현황을 브리핑하는 특별행사를 가졌다.
행사에는 영국의 BBC, 프랑스의 르몽드, 일본의 NHK 등이 초청됐다. 한국 언론사로는 서울신문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기자들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이날 아침 9시에 중부사의 데이비스 콘퍼런스 센터에 도착했다. 기지 안에서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제한됐고, 화장실을 갈 때도 안내요원이 따라다녔다.
15분뒤 이라크 주둔 미군의 대변인으로 얼굴이 많이 알려진 마크 키미트 기획처장(준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브리핑의 제목은 ‘장기전(Long War)’.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바로 중부사가 외신 기자들을 불러들인 이유였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키미트 준장은 “테러와의 전쟁은 이라크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알 카에다의 뿌리를 뽑아야만 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우 오랜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미트 준장은 “대(對) 테러전에 참가한 나라들의 크고 작은 모든 협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재건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협력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부사 관계자는 키미트 준장이 이날 브리핑한 장기전이 지난해 말 미 국방부내에서 ‘냉전(Cold War)’을 이어받는 개념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전 장기화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피해보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 같다.
키미트 준장의 브리핑에 이어 ‘연합군 협력 센터’에서 열린 연합군 고위 관계자들의 브리핑에서 미국이 장기전이라는 기치를 내건 이유가 좀더 명확해졌다.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63개국으로 구성된 연합군을 어떤 ‘기구’로 변화시키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합군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중부사 소속인 연합군을 국방부 소속으로 바꿔 중동지역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계속될 테러와의 전쟁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브리핑이 끝나자 ‘기구화’에 대해 각국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의 내용은 기자들이 소속된 국가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했는가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달랐다. 유럽과 아시아 기자들은 연합군의 동맹화 또는 나토화 가능성을 물었다.
아랍국 기자들은 장기전의 개념과 연합군 성격 변화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연합군 관계자들의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이라크전에 강하게 반대했던 유럽 국가의 고위관계자는 “미국과 테러전의 시각을 공유한다.”며 적극적으로 미국측을 두둔하다가 일부 기자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뒷자리에서 참관하던 미국측 최고위관계자가 직접 앞으로 나와 붉어진 얼굴로 기자들과 논전을 벌이기도 했다.
연합군 내의 정보 공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연합군 고위 관계자는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만이 미국과 최고급 정보를 공유한다.”면서 이들을 ‘다섯 눈(Five Eye)’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특작사의 공보담당관인 켄 맥그로는 “지난 2월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세계 83개 국가 및 지역에 8653명의 특수부대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는 중국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맥그로는 그러나 “북한에는 특작사 요원이 없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파견근무 중인 한국군 5명
|탬파(미국 플로리다주) 이도운특파원|“길에서 마주치는 미군과 연합군 장교들이 태극기 견장을 보면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해옵니다.”
미국 중부사령부에 파견된 한국군 대표단의 장교들이 6일(현지시간) 연합군 및 외신기자 합동 간담회 자리에 모여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최철환·최재협·김부국 중령, 김동욱 준장, 이현모 중령.
탬파(미국 플로리다주)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탬파(미국 플로리다주)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에 파견된 한국군 대표단의 단장인 김동욱 준장은 6일(현지시간) 현지를 방문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연합군 내에서 자이툰 부대의 위상이 대단하다.”면서 “민사업무는 한국군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존 아비자이드 중부사령관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 지난달 말 일시 탬파로 돌아왔을 때는 김 준장에게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매우 잘했다.”고 축하인사를 하기도 했다.
김 준장은 연합군들로부터 한국군이 높이 평가를 받게 된 비결에 대해 “사병은 지휘관에 복종하고 소대장, 중대장은 웃통을 벗어던지며 솔선수범을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준장은 63개국이 중부사에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미국과의 관계나 국력 등에 따라 위상과 활동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독일이나 프랑스도 미군과의 협조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김 준장은 전했다.
현재 중부사에 파견된 한국군 장교는 김 준장과 이라크 업무를 담당하는 최철환 육군 중령, 아프가니스탄 업무를 맡은 이현모 육군 중령, 아프리카 북부 지역 담당인 김부국 공군 중령, 연합기획팀에 별도로 파견된 최재협 육군 중령 등 모두 다섯명이다.
‘최근 한·미 관계가 껄끄러워 업무 협조에 영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준장은 “군과 군 사이에는 끈끈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dawn@seoul.co.kr
2006-04-08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