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이후 보름이 지났지만 6자회담 재개문제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이처럼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1차적 원인은 북한과 미국간의 불신과 경멸에서 비롯된 대립 때문이다. 하지만 대외적인 상황을 거론하기에 앞서 북핵 문제를 다루는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보수, 진보간의 갈등 여전
현재 정부 내에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3가지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보수와 진보간의 해묵은 갈등이다. 지난달 11일 워싱턴을 방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딕 체니 부통령을 면담했다. 그날 밤 뉴욕타임스에 “체니 부통령이 반 장관에게 북한에 비료를 주지 말도록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흘 뒤 반 장관이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만난 뒤에도 언론을 통해 울포위츠가 비료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공개됐다.
백악관의 체니 부통령실로 전화를 걸어 비료 지원에 반대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체니 부통령의 보좌관은 “여러가지 현안을 논의했고, 일부 사안은 제법 깊이 있게 들어갔다.”고 전하고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므로 대화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통화 말미에 “아무튼 뉴욕타임스 보도는 우리와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고 두번 강조했다. 펜타곤에도 전화를 했지만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부통령실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그렇다면 누가 발설한 것일까?
정부는 어떤 경로를 통해 관련 보도가 나갔는지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문제의 보도는 미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상황에서도 북한에 비료를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는 정부내 인사가 흘렸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의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이같은 이견은 수렴, 조정되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간 이견
둘째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간의 인식차다.
얼마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거론했을 때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에 하는 말인지, 정부에 하는 말인지….”라며 난감해 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차 정상회담의 후속조치가 계속 이어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실효성 없는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의 불합리한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용도 중요하지만,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상호주의’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대외정책 담당자 가운데는 국민의 정부에서 발탁된 인사들이 많아 여전히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큰 편이다.
●정책과 정치의 괴리
셋째는 정책과 정치간의 괴리이다. 과거처럼 북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정략화하는 사례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정치적인 고려로 남북관계의 현실이 왜곡되는 현상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 고위관료의 경우 재임중에 업적을 남기기 위해 남북관계의 현실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가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미정책 부서는 미국과의 이견과 갈등을 애써 감추며 한·미관계가 좋고,6자회담은 곧 재개된다고 되뇐다. 또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남북회담을 계속하기 위해 때로는 정부의 훈령과 어긋난 협상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치된 모습과 일치된 목소리(One Look,One Voice)’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dawn@seoul.co.kr
●보수, 진보간의 갈등 여전
현재 정부 내에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3가지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보수와 진보간의 해묵은 갈등이다. 지난달 11일 워싱턴을 방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딕 체니 부통령을 면담했다. 그날 밤 뉴욕타임스에 “체니 부통령이 반 장관에게 북한에 비료를 주지 말도록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흘 뒤 반 장관이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만난 뒤에도 언론을 통해 울포위츠가 비료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공개됐다.
백악관의 체니 부통령실로 전화를 걸어 비료 지원에 반대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체니 부통령의 보좌관은 “여러가지 현안을 논의했고, 일부 사안은 제법 깊이 있게 들어갔다.”고 전하고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므로 대화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통화 말미에 “아무튼 뉴욕타임스 보도는 우리와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고 두번 강조했다. 펜타곤에도 전화를 했지만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부통령실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그렇다면 누가 발설한 것일까?
정부는 어떤 경로를 통해 관련 보도가 나갔는지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문제의 보도는 미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상황에서도 북한에 비료를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는 정부내 인사가 흘렸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의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이같은 이견은 수렴, 조정되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간 이견
둘째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간의 인식차다.
얼마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거론했을 때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에 하는 말인지, 정부에 하는 말인지….”라며 난감해 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차 정상회담의 후속조치가 계속 이어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실효성 없는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의 불합리한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용도 중요하지만,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상호주의’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대외정책 담당자 가운데는 국민의 정부에서 발탁된 인사들이 많아 여전히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큰 편이다.
●정책과 정치의 괴리
셋째는 정책과 정치간의 괴리이다. 과거처럼 북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정략화하는 사례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정치적인 고려로 남북관계의 현실이 왜곡되는 현상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 고위관료의 경우 재임중에 업적을 남기기 위해 남북관계의 현실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가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미정책 부서는 미국과의 이견과 갈등을 애써 감추며 한·미관계가 좋고,6자회담은 곧 재개된다고 되뇐다. 또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남북회담을 계속하기 위해 때로는 정부의 훈령과 어긋난 협상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치된 모습과 일치된 목소리(One Look,One Voice)’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dawn@seoul.co.kr
2005-03-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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