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그럼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설계를 유지하면서 수치를 몇 가지 변경하는 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무주택자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는 조금 넓어지고 투기꾼의 차익은 약간 줄어들겠지만 현재의 다주택 보유자로 하여금 매각에 나서도록 해 현재 수준에서라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억 소리 나는 대책’(김태년 원내대표)이 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번 대책을 7월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예고하면서 그 이전에 청와대 비서진과 고위공직자, 국회의원을 향해 1가구 1주택을 초과하는 부동산은 처분할 것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솔선수범’은 정책 효과의 관점에서 본다면 득보다 실이 많은 접근법이다. 가장 큰 단점은 그것이 새로운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아무런 참고 자료가 되지 않거나 자칫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순간의 ‘시원함’은 가져다주고 면피용 조치는 되겠지만 부동산시장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솔선수범’이 ‘선도’라기보다 ‘말보다 앞에 세운 마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강제 매각은 오히려 성과에 조급해하는 편의주의적 발상으로서 이에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기 위해 다양한 편법이 동원된다면 고위공직자 체면이 다시 한번 구겨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매각 지시에 당사자들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리도 없다. 이는 시장에 오히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노골적인 항명은 아닐지라도 이런저런 변명은 정권 전체에 대한 조롱만 키울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솔선수범’을 정책 성공의 일단으로 착각해 정작 부동산시장에서의 실패를 인지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경제정책 분야에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데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처분은 실효성 있는 정책의 결과이어야 하지 그 자체가 정책의 구성 요소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22번째 정책에서도 드러난 부동산 정책의 결정적인 한계는 주택 문제를 주거 안정의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무주택자와 청년층에게 주택 소유는 주거 안정보다 오히려 자산 증식의 문제라는 현실이 철저하게 간과되고 있다. 한국 청년층이 가상화폐 투자에 이례적으로 열성적이고, 월가를 놀라게 할 정도로 ‘동학개미운동’을 펼치는 것과 ‘내 집 마련’에 집착하는 것은 모두 자산 증식 욕구가 표현되는 다양한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대책으로 자주 주장되는 장기임대주택은 기한이 지나면 분양받아 얻을 수 있는 ‘차액’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영구임대주택이라 할지라도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징검다리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이 강한 자산 증식 동기가 노후 불안과도 연관돼 있음은 자명하다.
강한 자산 증식 동기는 고용 불안과도 연결돼 있다. 일자리가 불안할수록 ‘한탕주의’는 기승을 부린다. 또한 주택 정책은 정부의 경제 활성화, 균형발전 등의 정책 목표 속에서 설계돼야 한다. 균형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GTX 노선을 연장하거나 신설하면서 주택시장이 안정되길 기대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이러한 총체적 접근이 결여된 22번째 부동산 대책은 결국 ‘조금 커진 핀셋’ 규제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다운 삶을 향한 포괄적인 주택 수급 정책이 필요하다.
2020-07-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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