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양심이 오염되면 미래가 없다/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열린세상] 양심이 오염되면 미래가 없다/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입력 2015-02-24 00:32
수정 2015-02-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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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국회 청문회를 두고 말이 많다. 모든 사람이 사물과 일을 같은 관점에서 보고 이해하기란 어렵다. 하물며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 과거 관행을 따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남과의 거래도 개인의 좋고 싫음에 따르면 되니 간단한 일에 속한다. 그러나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가고 함께 실천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같은 사물과 현상을 놓고도 생각이 엇갈리는데, 무언가를 도모하기 위해 가치관을 함께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란 절대 다수가 지지하는 목표를 내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이끌어 내는 작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치란 스스로 정의한 목표에 동조하는 지지기반(세력)을 확대하는 과정이지 주어진 틀에 안주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정치가 과열되면 무조건 바꾸고 보자는 식의 정책이 만연하게 된다.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정치가에겐 집단 공동이 바라는 미래를 정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실천 수단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가를 사회 지도자로 분류하고, 그들에게 보통 사람 이상의 포용력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정치가는 종종 사회를 상대로 자기 방식의 실험을 통해 권력을 확대 재생산하려 하는데, 실패한 실험의 대가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전가된다. 성공하면 정치의 공이고, 실패하면 사회 탓이다. 밑져야 본전인 것이 정치다.

사람은 자라면서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향상된다. 그 과정에서 잘한 일과 잘못해 후회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이야 잘잘못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 남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이란 거의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모두 사회라는 한정된 테두리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집에서 벗어나 사회 통념에 합류한다. 사회 통념이 개인의 판단보다 우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에서 미래란 사회 통념의 범위에서 도출되지 일탈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수 없다. 따라서 지도자는 사회 통념을 존중해야 한다.

인식 수준이 낮고 판단력이 정확하지 않은 시기에 저지른 잘못이나 현재 반성하고 있는 과오라면 용서받을 수 있다. 즉 용서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가능하다. 절대 다수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회 통념을 벗어나 특수한 가공의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지난 잘못을 왜곡해 남의 비판을 벗어나려 한다면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한 사람에게는 집단 공동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가짐, 즉 양심(良心)은 그래서 정치가 등 사회 지도자들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다. 양심은 좋은 일을 가려내고, 나쁜 일을 경계하기 위해 필요한 판단의 준거다. 따라서 양심이 오염되면 자신의 지난 과오를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을 잃게 되고, 공동사회의 공통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 양심이 오염되면 자신의 잘못이 드러났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그래서 양심의 오염은 환경오염보다 미래 사회에 더 위협적이다.

누구나 지난날 한두 번쯤 과오를 범할 수 있다. 잘못한 일이 없다면 더욱 좋겠지만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을 양심과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변화관리 능력이다. 양심이 오염된 사람에게 미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미래의 변화를 관리할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지도자 역할을 맡길 수도 없다. 따라서 과거의 잘못 자체에만 집착하는 국회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잘못을 은폐하거나 사회 통념을 벗어나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자신의 과오를 왜곡하는 태도 역시 용서받을 수 없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오염되지 않은 바른 양심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돼야 한다. 또한 국회 청문회는 사회 통념을 확인하고 전파하는 과정으로 운영돼야지 비굴한 일탈행위를 옹호하는 패싸움으로 전락해서도 아니 된다.
2015-02-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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