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이제 새로운 은행이 나타나야 한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이제 새로운 은행이 나타나야 한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4-11-05 00:00
수정 2014-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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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새 금융 산업이 예전 같지 않다. 특히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는 금융 산업의 위기감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은행들의 순이익이 3조 9000억원으로 2012년의 8조 7000억원보다 무려 55%나 감소했으며, 2005년 이후 총자산이익률(ROA)의 감소 등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횡령이나 부당 대출 사고 등 금융 사고가 빈발하면서 은행권의 신뢰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어 은행 산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수익성 하락에 따른 은행 부실화는 제2의 금융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냥 간과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은행의 수익성 악화 현상은 저금리 추세에 따른 이자 수익의 감소, 은행의 안전 대출 선호 경향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과점적 시장이 형성된 현재의 은행 산업 구조도 그 원인의 하나로 진단할 수 있다. 지금 은행 산업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주요 은행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적 구조로 돼 있다. 이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금융 산업의 구조 조정에 따른 은행의 통폐합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은행 대형화 정책에도 기인한다. 그런데 문제는 독과점적 시장 구조에서는 혁신과 경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신설 은행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은행 산업에도 새로운 은행이 나타나서 시장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주목할 것은 현재 주요 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1980년대에 설립된 신생 은행이었다는 점이다. 후발 주자인 만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 은행보다는 차별화된 혁신적인 경영을 했다는 이야기다. 은행 설립 인가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 은행업 인가에서 인가권자의 재량권 행사 여지가 커 금융 정책 당국의 확고한 의지 표명 없이는 은행 설립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문제는 시급한 과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영업점을 두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점포나 인력 유지 비용이 적게 들어 기존 은행보다 경쟁력이 있게 된다. 그만큼 예금자에게는 보다 높은 예금 금리를, 대출 고객에게는 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제시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또한 지역적 영업 제한이 없다는 점과 영업점 방문 없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신속성 및 편의성도 있어 기존 은행과 경쟁해 볼 만하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영업 전략을 수립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다. 더 나아가 보다 앞서 나아간 정보기술(IT)로 무장해 해외 진출도 모색해 볼 수 있다.

2008년에도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다가 좌절된 적이 있다. 이제 다시 추진할 때가 됐다. 지난 7월 금융위는 규제 개혁 과제의 하나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중장기 과제로 남겨 둘 일이 아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의 최대 걸림돌은 예금자 실명 확인 문제다. 현행 ‘금융 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상 실지 대면(對面)을 통한 실명 확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상 통화나 인터넷상에서 공인전자인증서에 의한 실명 확인도 가능하고, 최근 그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지문이나 목소리, 홍채, 얼굴 인식 등 생체 인식을 통한 본인 확인 방법도 가능하다. 반드시 대면 확인에 의한 실명 확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설립 최소 자본금도 기존 은행보다 낮추어 주고, 감독과 규제 기준에서도 차등을 주어야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외국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1995년부터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을 시작했으며, 일본은 2000년 이후에 출범했다.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없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현재 증권과 보험 분야에서는 온라인 전문 증권회사와 보험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권에도 온라인 전문 은행이 설립돼야 한다. 이제 새로운 은행이 나타나서 은행 산업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할 때가 됐다.
2014-11-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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