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언론, 시민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평가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언론, 시민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평가해야/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입력 2014-07-04 00:00
수정 2014-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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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요즘 주말마다 고향집에 내려가 가족이나 죽마고우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만나는 횟수가 늘다 보니 자연스레 세상의 여러 일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된다. 고향에서 만난 대개의 지인들은 언론이 보도한 주요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주목하지만 정치 과정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여론)에도 관심이 많다. 대화를 통해 확인한 지역민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신문을 구독하는 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텔레비전은 가장 보편적이고 지배적인 정보원이었다. 오로지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여론을 인식하는 집단에 속하는 분들은 대개 연령이 많은 어르신들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렵기도 하지만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세상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노인분들은 부부만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거의 없으며, 보수적인 정치성향이 강하고 습관적인 투표행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둘째,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여론을 적극 탐색하는 지역민들도 적지 않다.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는 30, 40대와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50대들이 이에 속한다. 텔레비전 중시청자이지만 PC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 모바일인터넷으로도 뉴스를 소비한다. 지역공동체 활동을 통해 다른 구성원들과 토론할 기회가 많은 이들은 사회 여론에 대한 관심 수준도 높아 다양한 뉴스를 통해 정당정치를 평가하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고향에서 광역의원 선거에 출마한 친구, 기초의원 선거에 당선된 선배, 그리고 그들을 도왔던 여러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지역유권자의 투표 행태를 간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선거에서 정책 공약을 보고 지지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언론의 규범적 주장은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와 같다. 정당 추천 후보자가 정당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자기 지역 출신 사람에게 일방적 지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습관적 투표행태가 아닌 숙고적 태도를 지닌 유권자는 ‘사람의 됨됨이’를 기준으로 선택한다고 말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여론 탐색에 적극적인 지역민들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전략적 투표행태를 보였다. 지역선거 관계자들이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 숙고적 유권자는 중앙정치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장 및 광역의회 의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적어도 지역색을 뛰어넘는 합리적 유권자의 지방자치 평가는 미디어가 중앙의 정치현실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런데 고향주민의 미디어 정치 뉴스에 대한 평가는 언론학자들의 평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상파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인터넷을 이용하지만 정치 현실을 이해하기에는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이 부족하고, 신문 기업이 소유한 종편은 불공정한 패널의 신뢰할 수 없는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등 너무나 일방적이고 편향적이어서 숙고를 방해한다고 평가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진보적이고 젊을수록 온라인 뉴스에 의존하고, 보수적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신문과 방송 뉴스에 더 의존적이어서 뉴스 소비의 양극화에 따른 정치적 갈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앞서 제시한 지역민 미디어 이용행태 사례에서 보듯이 뉴스 매체 이용은 대체 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다. 단순 상관관계를 보면 전통미디어 뉴스를 많이 시청하는 이들이 인터넷포털뉴스 및 소셜미디어뉴스를 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인구사회적 특성(성, 연령, 소득수준, 교육수준, 계층의식)의 효과를 통제하면 전통매체의 뉴스를 이용하는 이들일수록 온라인 뉴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2013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시민들은 뉴스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의견을 살피거나 혹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뉴스의 내용을 평가해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 시민 간 대화에 필요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건 언론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의 하나다. 언론은 시민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평가해야 한다.
2014-07-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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