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창조경제의 트리즈적 대안/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의 트리즈적 대안/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입력 2014-07-03 00:00
수정 2014-07-03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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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GEM(세계 기업가 정신 모니터)의 69개국 비교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추격형 국가의 한계는 바로 국민소득 2만 달러 대라는 것이다. 한국의 제1 한강의 기적 성공 방정식이 바로 작금의 재도약 실패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제2 한강의 기적은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 경영철학의 정착에 달려 있다. 창조경제 탄생의 배경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창조경제는 기존의 성공과 미래의 성공을 융합하는 패러독스를 풀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제 창조경제 패러독스의 본질을 살펴보기로 하자.

창조경제는 본질적으로 거대 효율과 작은 혁신의 융합이다. ‘인건비+재료비’라는 전통적인 경쟁 방정식으로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사업을 설명할 수 없다. ‘개발비(혁신) 나누기 시장규모(효율)’라는 새로운 창조경제 방정식이 등장한 배경이다. 여기에서 단일 기업은 이 방정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창조경제 패러독스’가 발생함을 지적한 바 있다. 분자인 혁신은 작은 벤처가 강하나, 분모인 효율은 큰 대기업이 강하다. 노키아와 같은 단일 대기업들을 대체하여 산업 생태계에 기반한 애플과 같이 복합기업들이 등장한 이유다. ‘작으면서 커야 한다’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 패러독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순을 푸는 트리즈(TRIZ·창의적 문제해결 이론)적 대안을 제시해 본다.

TRIZ는 모순되는 문제를 풀기 위한 생각의 도구로 1940년대 구 소련 해군의 알트슐레르가 제안한 모순 해결 방법이다. TRIZ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이상적인 결과를 얻는 데 관건이 되는 모순을 찾아낸 다음, 모순의 해결 방안으로 시간, 공간, 전체와 부분, 조건의 분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모순의 극복은 분리가 아니라 분리와 순환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러한 개념으로 창조경제 패러독스의 해결 방안을 체계적으로 풀어 보기로 하자.

첫 번째 대안은 시간(天)의 분리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는 대기업에서 스핀오프(Spin-Off·회사분할)해 차고에서 벤처를 창업한다. 미국 과학재단에 의하면 벤처의 혁신 역량은 대기업의 24배 이상이라 한다. 이들 중 기술사업화에 성공한 벤처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이라는 효율을 얻기 위해 대기업에 인수합병(M&A)된다. 작은 것이 필요한 시간에는 분리하고 큰 것이 필요한 시간에는 합쳐지는 개방혁신이다. 실리콘 밸리와 달리 한국은 아직 스핀오프와 M&A 모두가 지지부진하다. 창조경제 정책의 가장 큰 숙제가 바로 이 부분이다. ‘창조경제는 기술과 시장이 분리 결합하는 스핀오프와 M&A로 순환된다.’

두 번째 대안은 공간(地)의 분리다. 혁신이 필요한 공간과 효율이 필요한 공간을 분리하고 이를 선순환 융합시키는 것이다. 애플의 앱 스토어, 구글의 구글 플레이와 같은 개방 플랫폼(Open Platform)이 바로 창조경제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공간적 대안이다. 대형 플랫폼은 시장 효율을 제공하고 작은 앱 개발자들은 혁신을 이룩한다. 창조경제가 수많은 개방 플랫폼들의 거대한 초 생태계로 구성된 것은 창조경제 패러독스 극복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창조경제는 초(超)플랫폼 경제다.’

세 번째 대안은 인간(人)의 분리다. 조직은 반복된 업무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기존 사업과 신제품과 신시장 개척을 추구하는 신사업으로 이루어진다. 기존 조직과 신규 조직을 한 울타리에 두면 갈등이 증폭되고 결국 혁신은 사라진다. 혁신을 추구하는 사내기업가를 양성하고 이를 기존 조직과 분리 운영하는 새로운 조직이 대두하고 있다. 이를 서구에서는 양손잡이 조직이라 부르고 있다. 여기에 순환의 개념을 도입한 태극 조직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 혁신에 유력한 대안이 바로 직무 발명과 특허 사업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특허박스(Patent Box)를 결합한 한국형 사내 벤처 제도가 아닌가 한다.

이상 천지인(天地人)의 분리와 결합의 선순환을 통한 TRIZ적 대안이 한국의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체계적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핀오프와 상생형 M&A 활성화를 위한 기술거래소 재건, 대기업의 플랫폼 개방과 정부3.0의 확산, 기업 내 혁신을 위한 한국형 사내벤처 제도가 창조경제 구현의 구체적 대안 사례가 될 수 있다.

TRIZ적 모순 해결로 창조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원칙을 제시해 본다.
2014-07-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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