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그렇다고 미·일이 안보문제에 대해 완전히 일치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기시다 외무대신은 미·일 안보협의에서 중국이 군사 능력을 증대시킴으로써 지역 질서를 변경시키려고 한다며 중국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미·일의 공동문서에서도 중국을 명기하여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것이 일본의 의도였다. 일본의 중국에 대한 우려의 배경에는 센카쿠 제도를 둘러싼 중·일 대립에 의한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애초 중국을 의식한 나머지 미·일 안보협의에서 중국을 언급하는 것에는 소극적이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을 피하겠다는 생각이었으며, 일본과 한국의 갈등에도 우려를 하고 있었다. 그 예로 미국이 미·일 공동 문서에서 ‘적 기지 공격 가능’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한국의 반발을 우려하여’ 거부하였다. 또한, 미국은 야스쿠니신사 대신 지도리카부치 전몰자 무덤에 참배함으로써 역사 문제로 주변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중국의 군사 확대에 대한 우려를 공동문서에 삽입하기를 원했다. 즉 일본의 최대 목적은 중국의 군비 증강을 배경으로 한 해양 진출에 대한 봉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 변경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인 대응력을 높이려는 것이 일본의 속내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의 미·일 가이드라인은 평시 일본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그리고 주변 사태에 대한 미·일의 군사 대응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센카쿠 제도 등 일본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진 섬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해서 현행 미·일 가이드라인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센카쿠 제도가 미·일 안전보장 조약 5조의 적용 대상이라고 반복하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센카쿠의 유사시 미군이 출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일본은 집단적인 자위권의 해석 변경을 통하여 미·일 신가이드라인에 센카쿠 제도를 포함해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고 싶은 것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이 현실화되면서 일본의 군사력 팽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자위대는 미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어 긍정적인 면도 있다. 다만, 일본의 군대가 한국 영해에 들어와서 북한을 공격하는 사태마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중·일이 군사적인 경쟁을 하게 된다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해석변경에 대한 논의는 현실화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내용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논의를 지켜보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예를 들면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 또한 센카쿠 주변의 상황이 악화될 때 한국이 동북아 안전과 평화에 대한 균형외교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안보협의를 적극화해야 한다.
2013-1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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