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동북아의 역사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동북아의 역사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3-05-18 00:00
수정 2013-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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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21세기 동북아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냉전 종식 직후 동북아는 근대 이후의 세계사를 주도했던 유럽과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21세기 세계 중심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냉전 종식을 전후해 일본 경제는 세계 2위로 성장했다. 개방을 택한 중국은 톈안먼 사태의 위기를 겪었으나 파죽지세의 고도성장 경제를 구축했다. 한국은 북방정책으로 대륙국가와 해양세력을 연결하는 중계 국가를 지향하며 북한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고, 불가침협정과 비핵화 선언도 이끌어 냈다. 동북아의 한·중·일은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세기를 선도할 국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21세기가 이미 10년 이상 지난 지금의 동북아는 공존과 공영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 분쟁의 암운이 점점 짙어만 가고 있다. 세습 전제(專制)의 북한 김정은 정권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한반도를 핵 그늘로 덮어 버렸다. 이로 인해 동북아에는 핵 도미노와 신냉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우파 정부의 망언과 망동은 군국주의의 망령(亡靈)을 되살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경계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고도 성장으로 주요 2개국(G2)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중국은 굴기(?起)의 기치로 패권적 지배력을 투사하는 데 골몰할 뿐, 대국으로서 역내 리더십을 발휘할 고민과 성찰이 없다. 소수 민족에 대해서는 강압 정책과 왜곡된 역사 공정을 통해 중화민족의 우월성을 고양하는 전근대적인 ‘중화주의’의 복원에 애쓰고 있다.

일본의 경제대국화, 신흥공업국의 발전,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동북아 지역은 이미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경제 발전은 지역의 공존·공영을 구조화시키기보다는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적 대립을 부추기고만 있다. 북한의 모험주의적 핵무장, 일본의 극우화, 중국의 중화주의화는 동북아의 역사 시계 방향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위험한 시도들이다. 극단적 국가주의의 재현은 대중의 정념민족주의로 집단화되어 역내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동북아의 역사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는 과거행 열차가 아니라 미래로 비상하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역내 국가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21세기 세계 중심 지역’이라는 장밋빛 구호에만 도취되어서는 안 되며 ‘국가’와 ‘지역’의 유기적·발전적 융합을 통한 공존·공영의 질서 구축을 위해 창조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역사에 대한 성찰을 통해 문명적 공감과 연대에 기반 한 ‘공동체적 비전’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다음 달에는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 회담의 중심의제는 북한 핵문제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엔저 충격에 대한 대응,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이 회담이 각종 현안에 대한 대증(對症)적 처방을 도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물극반전’(物極反戰)과 ‘변즉통’(變卽通)이라는 ‘역경’(易經)의 경구를 유념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 경구는 “어떤 사태가 극단에 이르면 완전히 전변(轉變)하며, 이 상황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양국의 지도자는 ‘변통’(變通)을 화두로 동북아의 국가주의적 교착상태를 지역주의적 미래 패러다임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한·중 정상은 미래의 공영을 위한 ‘동북아식 가치외교’를 창안하라. 대국화에 상응하는 중국의 발전적 역내 리더십, 동북아 지역화에 대한 한국의 역할, 북한의 정상국가화와 한반도 통일,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위한 발전적 조건 등등 동북아의 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미래 비전을 제시하라. 세계대전의 폐허를 넘어서게 한 드골과 아데나워의 독·불 화해 회담, 냉전 종식을 선언한 조지 H W 부시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몰타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음미, 재음미하라. 지도자들의 창조적 결단은 역사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박 대통령은 방중을 앞두고 ‘한·미동맹 미래 비전’에 상응하는 ‘한·중 가치외교의 미래전략’을 준비하라.

2013-05-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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