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중국의 평화발전 대외전략과 민족주의/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의 평화발전 대외전략과 민족주의/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입력 2012-12-06 00:00
수정 2012-12-0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지난 11월 15일 출범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체제가 앞으로 보여줄 대외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높다.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이 집권하는 향후 10년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동아시아의 지역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는 대전환기이자,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시진핑 시대 대외전략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을 짚어본다.

이미지 확대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우선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의 대외전략은 기본적으로 큰 방향에서 후진타오 시대의 원칙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차 당대회에서도 기존입장과 차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2012년 2월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신형 대국관계’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했지만, 기실 기존의 ‘평화발전론’과 같은 맥락이다. 신흥대국 중국과 기존대국 미국이 패권 경쟁으로 충돌하지 않고, 전략적 협력을 통해 윈-윈하는 새로운 강대국 관계의 유형을 창조하자는 것이다.

중국 외교전략에서 이런 외교적 수사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고려한 것이다. 하나는 ‘내치 우선의 외교전략’으로서 국내적으로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2020년)이라는 목표 달성과 산적한 국내 문제 해결에 주력하기 위해 대외관계는 안정적인 환경 유지를 최선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강대국으로서의 위상과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면서 이른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한편으로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강대국 부상’을 추구하려는 이중적 측면 때문에 중국과 외부세계 간의 인식 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이중성 때문에 향후 중국의 대외정책은 구체적 이슈와 상대국에 따라 서로 다른 외교 행태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와의 관계에서는 대결적 국면을 피하면서 조심스러운 관계(협력우위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주변의 동아시아 지역 이슈에서는 강경한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댜오위다오, 남중국해 문제에서 최근 중국의 강경외교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 이슈는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면서 비타협적 외교원칙을 천명한 것들인데, 동아시아 전체를 긴장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향후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문제가 민족주의다. 중국 공산당이 시장경제 전환 이후 통치이념의 공백과 사회통합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화민족주의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근래 들어 중국의 민족주의 고양은 대내적 통치수단 차원을 넘어 대외관계에도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최근 일본과의 댜오위다오 분쟁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일본을 압도하는 힘을 보여주었고, 국내적으로 정치적 통합과 지지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얻었다.

중국의 민족주의 공세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상당한 거부감을 주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가 크게 낮아지는 추세가 이를 잘 보여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반도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국가를 묻는 질문에 중국이라는 응답이 2007년에는 15.6%로 북한·일본·미국에 이어 네 번째였지만, 2012년 조사에서는 30.5%로 북한(47.3%) 다음을 차지했다. 한·중 양국 간 높은 무역의존도와 인적 교류,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직접적 안보 위협이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중국 지도부가 일관되게 천명해 온 ‘평화적 발전’의 대외노선과 한반도의 안정 및 평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이 패권 야욕을 숨긴 위장전술이라고 단정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강대국화 열망이 공세적 중화민족주의와 결합되는 추세를 차단할 때 진정한 신뢰와 협력의 한·중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점을 중국 지도부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

2012-12-06 30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추계기구’ 의정 갈등 돌파구 될까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기구 각 분과위원회 전문가 추천권 과반수를 의사단체 등에 줘 의료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의사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없이 기구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추계기구 설립이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
아니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