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국내에서도 미국 사례에 자극을 받은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고 한다. 모방 시위가 얼마나 실익을 거둘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경제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더 이상 방치·지연할 경우 사회적 폭발로 이어져 엄청난 국가적 비용을 물 수 있다. 특히 돈과 권력, 명예를 거머쥔 우리 사회 파워엘리트들의 이기주의 그리고 경제·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무감각과 도덕적 해이가 우려를 넘어 언제 사회적 분노를 자아낼지 모른다. 구체적인 통계치가 없어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는 자못 심각하다. 살던 집을 팔고 전셋집을 줄여가면서도 빚은 빚대로 남아 있는 가정이 부쩍 늘고 있고, 허드렛일을 하면서 최저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그나마 일감이 없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급속히 늘어난 가정 해체로 인한 소년소녀가장과 밥 굶는 아이들도 정부와 사회단체에서 약간의 보조금을 받는다 해도 여전히 방치상태나 다름없다. 대학에 있어 보면 청년 실업문제가 너무 심각하여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하고서 아르바이트 일거리를 전전하는 졸업생을 안쓰럽고 미안해서 못 볼 지경이다. 사회적 소외계층의 비참한 생활은 가진 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도 나름대로 바쁘고 긴장 속에 산다. 대기업과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정부나 공적 조직, 언론, 대학 등에서 일하는 엘리트들은 권력과 명예, 돈을 놓고 이전보다 더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각자 소속된 집단을 위해 다른 엘리트 집단과 이해 다툼을 벌이고 때로는 끼리끼리 부와 권력을 나눠 갖기도 한다.
특히 지금 파워 엘리트 집단이 된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도 개인 출세주의와 가족 이기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1980년대 이후 경제 성장기에 엘리트 집단에 편입되고 경쟁적인 출세 가도를 달렸던 탓일 것이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적지 않은 지도층 인사들이 인사청문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위장 취업, 부동산 투기, 탈세, 표절 등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청렴한 공직자, 윤리적인 경영인이 인간 문화재처럼 보이는 세상을 살고 있다.
자기 이해관계에 충실한 가진 자들은 진실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자를 배려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복지예산을 늘린다고 하지만 흉내내기 수준이고, 언제나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통한 국가 경제 살리기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환율을 올려 기업의 수출실적이 좋아지고 경제성장은 높아지지만 실익은 기업이 가져가고 그 영역에서 소외된 서민들의 상대적인 불평등과 소외감은 깊어만 간다.
한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더 가지게 되고, 더 있게 되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노력의 결과일 수만 없다. 일정 부분 타인의 노력, 나아가 사회가 베풀어 준 은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진 자, 있는 자는 사회에 대해 감사와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집안이 잘되고 화목하려면 더 많이 교육받고 사회적으로 출세한 사람이 더 어려운 가족을 챙겨야 한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양극화 위기는 가진 자들의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되고 있다. 소외된 시민들의 항거가 있기 전에 가진 자들의 나눔 운동이 선행되기를 기대한다.
2011-10-13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