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 경제는 부가가치 측면에서 탈공업화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또한, 경제 전체의 명목 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에 우리나라(27.9%)가 일본(20.2%), 독일(22.7%), 미국(12.6%)보다 높으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유사한 시점을 비교하면 우리 제조업의 비중은 일본 및 독일과 유사하다. 경제발전단계의 격차를 감안할 때, 우리 제조업은 일본 및 독일의 제조업이 그러했듯이 산업구조의 선진화에 기여해야 할 역할이 아직 크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서비스업 등 여타 부문에 생산성을 전파하는 지렛대로서 제조업의 역할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개방경제에서 교역재인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은 고임금 창출을 가능하게 하고, 이러한 고임금 창출은 한 국가 내에서 노동집약재의 성격이 강한 서비스에 고임금·고생산성 형태로 전파될 수 있다. 발라사, 새뮤얼슨, 바그와티 등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러한 생산성 전파 메커니즘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고생산성은 대외 교역 측면에서 교역조건(수출재 가격/수입재 가격)의 개선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면 세계시장에서 수출재 한 단위와 교환할 수 있는 수입재의 양이 많아짐을 의미하고, 그만큼 국민후생이 증가하게 된다. 콜리의 ‘스위스 성장의 패러독스’에 따르면, 스위스의 경우 GDP 성장률이 저조함에도 높은 후생수준을 누리는 이유는 수출재의 고부가가치화로 인해 교역조건의 수준이 높은 데 기인한다.
교역조건의 개선은 경쟁력의 관점에서 볼 때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산업군보다는 기술경쟁력에 의존하는 산업군의 비중이 확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제조업의 수출부문은 아직 기술경쟁력보다는 가격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다. 2010년에 우리의 대세계 교역에서 기술경쟁력 우위에 기인한 무역흑자가 대세계 제조업 평균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한 반면, 가격경쟁력 우위에 기인한 비중은 42.5%에 달하고 있다. 대일 교역에서는 주로 기술경쟁력의 열위로 인해 무역역조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제조업의 교역조건이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생산성 전파의 지렛대로서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은 기술혁신에 기반한 생산구조 고도화와 수출재의 고부가가치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에 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생산성 및 임금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 문제의 해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전파 제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특히, 제조 대기업만이 아니라 제조 중소기업 부문도 생산성 제고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다시 서비스업에 전파된다면, 내수 기반의 확대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선진경제의 진입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2011-08-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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