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제언/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열린세상]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제언/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입력 2010-07-20 00:00
수정 201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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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우리나라에는 학생 충원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교직원의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대학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볼 때 이들 대학은 스스로 퇴출할 유인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하다. 퇴출을 결정하는 순간 모든 학교의 재산은 국고로 환수되고, 대학의 설립자와 운영자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1995년 대학 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어 대학의 진입은 자유로워졌음에 반하여, 퇴출기제는 아직 마련되지 못하였다. 저출산으로 인해 2020년까지 대학생 수가 20% 정도가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대학의 과잉공급은 향후 더욱 악화될 것이다.

민간 영리기관과 공공기관의 중간 형태로 민간 비영리기관인 사립대학의 퇴출기제는 현재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경우를 볼 때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스스로 퇴출을 할 유인이 있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경우 강제로 퇴출을 유도하는 파산이라는 기제가 존재한다. 공공기관이라면 정부가 스스로 결정을 내려서 폐쇄하면 된다.

정부가 사립대학의 퇴출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유도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들이 있다. 첫째, 정부가 부실대학을 판별하고 이들 대학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일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에 마련된 대학선진화위원회란 기구가 바로 이러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판별된 부실대학의 명단을 공개하면 구조조정이 직접적으로 유도될 것이지만, 명단 공개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어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둘째, 대학에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다. 먼저 정부의 재정지원이 부실대학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그 방식을 설계하여야 한다. 대학에 대한 경상비 지원 성격의 재정지원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며, 대학 단위로 지원하는 경우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올해 1학기부터 시작된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에서 교육 여건과 성과가 낮고 대출금 상환실적이 부실한 대학들을 판정, 이들 대학에 대해서 대출조건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출조건을 아주 차별적으로 할 필요는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대학들이 식별되고 명단이 학교 선택 이전에 학생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할 것이다.

셋째, 현재 구축되고 있는 인증제도를 활용하여 대학의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다. 인증제도란 대학들이 최소한의 교육 여건과 성과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현재의 미충원율과 향후 대학 재학생의 감소를 감안한다면, 대학의 10~20% 정도가 인증을 받지 못하여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인증이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퇴출하라는 판정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인증 담당 기관들은 불인증 판정에 대해서 매우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제언하고 있는 여러 구조조정 유도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부실한 대학들에 대해 불인증 판정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정보공시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충원율, 학생1인당 교육비, 교육비 환원율, 교원 1인당 인건비 등과 같은 부실운영 여부를 식별해 줄 수 있는 지표들이 보다 접근이 용이한 형태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퇴출과 함께 인수·합병이 유도되어야 한다. 합병 유도를 위해, 합병된 이후 캠퍼스 일부를 교육용에서 수익용으로 전환하여 합병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교지 확보율 100% 초과분에 대해서만 수익용 전환이 허용되고 있는데, 합병의 경우에는 요건을 교지 확보율 100%에서 80%로 낮추어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부실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컨설팅, 보다 적극적인 정보의 제공, 인증제도를 통한 구조조정 유도, 합병 유도 등 여러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 실행되어 우리나라 대학들이 필요한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마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대학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2010-07-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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