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정신의학과 전성시대/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신의학과 전성시대/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23-05-25 01:14
수정 2023-05-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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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경쟁사회다. 학교든 직장이든 경쟁이 일상화돼 있다. 생존 수단이 된 높은 교육열, 이를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사회제도가 맞물리면서 경쟁은 국민이 갖춰야 할 사회적 덕목이 된 지 오래다. 이런 국민들의 피, 땀, 눈물이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을 만들었다. 1950년대 도움받던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하며 세계인의 부러움도 샀다.

하지만 대외적 칭찬 세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감은 낮다. 2023년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 137개국 중 57위다.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행복감은 낮은 셈이다.

경쟁의 부작용이다. ‘셀프 세습’, 특혜채용 논란 때마다 나오는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는 그 심각함을 보여 준다. 과열경쟁과 부당경쟁 풍토는 가치관에도 영향을 준다. 2021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서 한국 등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을 물은 결과,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가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뽑은 반면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와 안정을 가장 중시했다. 가족은 세 번째 순위였다.

의학적으로도 ‘경쟁의 그림자’는 짙게 보인다. 24일 서울연구원에서 공개한 서울인포그래픽스에 따르면 서울 시내 개인병원의 진료과목 중 가장 많이 늘어난 진료과목이 정신건강의학과다. 2017년 302곳에서 지난해 534개로 76.8%가 늘었다. 우울증과 불안 등 국민의 정신건강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황장애’ 진료 인원은 2017년 13만 8736명에서 2021년 20만 540명으로 44.5%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신체적ㆍ정신적ㆍ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를 뜻한다. 신체적 문제로 인한 질병은 치료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치료가 쉽지 않다. 개인적 요인에다 사회적ㆍ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우울감과 불안감, 자존감 상실 등의 정서적 문제가 누적되면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질 등 외형에만 치우친 나머지 마음의 병을 더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2023-05-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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