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가짜뉴스 배상 1조/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짜뉴스 배상 1조/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23-04-21 01:04
수정 2023-04-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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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짜뉴스로 1조원을 물게 된 언론사가 나왔다. 미국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나온 합의금 중 최대 규모다. 미국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수정헌법 1조에 담았을 만큼 표현의 자유를 중히 여긴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을 대통령으로 뽑은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나라가 가짜뉴스에 1조원의 손해배상금을 물렸다. 가짜뉴스의 폐해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1조원 가짜뉴스는 보수성향 매체인 폭스뉴스가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인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내보낸 부정선거 의혹 보도였다. 폭스는 이 무렵에 “투개표기 제조업체인 도미니언이 바이든 당선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했을 수 있다”고 집중 보도했다. 당시 50개 주 가운데 28개 주에서 도미니언의 투개표기를 사용한 터라 도미니언측은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2021년 3월 폭스를 상대로 16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은 지난 18일 폭스측이 7억 8750만 달러(약 1조 391억원)의 배상금을 내기로 양측이 합의하면서 사실상 끝났다. 담당 판사가 “폭스뉴스의 보도가 허위라는 것은 수정처럼 명확하다”고 말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합의안에 따르면 폭스뉴스는 정정보도나 사과방송 의무는 없다.

가짜뉴스는 오보와 달리 뉴스가 아니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를 뉴스 형식으로 포장한 왜곡 정보다. 이로 인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은 왜곡되고 사회갈등 심화만 초래된다. 당시 폭스의 가짜뉴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자유민주주의의 표상이던 미 의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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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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