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야마카와 역사 교과서/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야마카와 역사 교과서/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진경호 기자
입력 2021-12-19 20:28
수정 2021-12-20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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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州)마다 제도와 정책이 다르고 교과서도 다양한 독일의 교육에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을 찾는다면 나치의 흑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한다는 점이겠다. 대입자격시험 ‘아비투어’를 치른 10~12학년(18~20세) 학생들은 대략 2년에 걸쳐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만행을 폭넓게 배우게 된다. 물론 이 과정 전에도 각급 학교 수업을 통해 히틀러의 등장 과정과 나치즘,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꾸준히 교육받는다. 일례로 로이카크슈피겔(백미러)이라는 교과서엔 제2차 세계대전을 중심으로 나치의 만행이 무려 90쪽에 걸쳐 서술돼 있다. ‘세계인들에게 독일인은 대단한 민족임과 동시에 조심해야 할 아주 무서운 민족’이라는 교훈을 청소년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EBS, ‘독일 교과서가 나치를 다루는 방법’, 2019년)

1985년 홀로코스트법 제정으로 더욱 힘을 받게 된 독일의 과거사 바로 전하기는 프랑스 및 폴란드와의 공동 역사 교과서 제작으로도 이어진다. 2003년 1월 독일과 프랑스의 청년의회포럼에서 공동 역사 교과서 채택을 선언한 뒤 2006년 두 나라는 공동 역사 교과서를 펴냈고, 이후 두 나라 고교생들의 공식 교과서로 삼았다. 교과서 제작 과정에서 양국 역사학자들 간에 논란이 컸지만 끝내 ‘하나의 역사’에 합의할 수 있었던 건 ‘하나의 사실, 두 개의 시선’이라는 역사 철학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기술한 야마카와(山川)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가 내년 일본 고교 수업에서 가장 많이 쓰일 전망이라는 보도가 19일 전해졌다. ‘역사총합-근대로부터 현대로’ 등 이 출판사의 교과서 3종이 차지한 내년도 고교 역사 교과서 점유율이 41.7%에 이르러 전체 12종 중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 교과서엔 “일본군 위안부 중에는 강제로 끌려갔거나 속아서 건너간 경우도 있다”는,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이 기술돼 있다. 야마카와 교과서와 달리 일본 우익 진영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가 찬밥 신세에 놓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메이세이샤의 우익 성향 교과서 ‘우리들의 역사총합’은 점유율이 0.5%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그쳤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인 양 비쳐지지만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 있다. 우익 교과서 외면 못지않게 야마카와 교과서의 점유율도 올해 60%대에서 40%대 초반으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올해엔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일본 고교생 10명 중 6명이 교실에서 배웠으나 내년엔 6명이 배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사 지우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고군분투하는 야마카와 출판사를 응원하는 한편으로 ‘하나의 사실, 두 개의 시선’에 대한 양국 정부와 학계의 열린 논의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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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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