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제기구 수장 도전사(史)/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제기구 수장 도전사(史)/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1-10-19 17:28
수정 2021-10-2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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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48년 12월 유엔에서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됐다. 이듬해 곧바로 유엔 가입을 신청했다. 42년간 꾸준히 가입 신청서를 냈지만 번번이 소련의 반대에 부딪쳤다. 1991년 9월에야 비로소 유엔의 회원국이 됐다. 냉전시대를 사는 분단국가의 숙명이었다.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도 이리 힘든 일이었으니 국제기구의 수장 자리는 언감생심 꿈꾸기도 어려웠다.

이런 환경에서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전 사무총장은 별처럼 빛나는 인물이었다. 그는 1983년 WHO 남태평양 한센퇴치팀장으로 활동한 이후 WHO 예방백신사업국장, 세계아동백신운동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전 세계 소아마비 퇴치에 앞장서 ‘백신의 황제’로 통했다. 또한 저개발국가 결핵 퇴치에도 큰 성과를 냈다. 2003년 5월 WHO 사무총장에 취임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검소하고 겸손한 품성으로 전 세계 낮은 곳을 돌며 보건과 의료 구호사업에 헌신적이었기에 ‘세계 보건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2006년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2009년 국제형사재판소(ICC) 송상현 소장, 2012년 세계은행 김용 총재, 2015년 국제해사기구(IMO) 임기택 사무총장 등이 굵직한 국제기구를 책임졌고,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김종양 총재가 각각 2015년과 2018년 취임해 현직에 있다. 한국이 세계 평화와 인류 공동 번영을 위한 정치와 외교,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중심에 우뚝 선 셈이다.

물론 실패와 좌절의 사례들도 적지 않다. 2005년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했던 홍석현 전 주미대사나 국제해상법 전문가로서 IMO 사무총장에 도전했던 채이식 고려대 교수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투표까지 진출했지만 미중 갈등의 격화 속 막판에 사퇴해야만 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제 노사정협의회’ 성격의 ILO 이사회는 28개국 대표와 노동자·사용자 대표 각 14인 등 56명으로 구성되며, 이사회 과반 득표로 사무총장을 뽑는다. 강 전 장관으로선 민주노총·한국노총의 협력을 통한 국제 노동계의 지지가 절실하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4월에야 ILO 기본협약 3개를 비준해 기본협약 8개 중 7개 비준을 마쳤다. 아직도 우선협약·기술협약 중 미비준 협약이 많다. 민주노총 등의 반응이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국제기구 수장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야 크지만 그 전에 ‘노동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떨쳐 내는 게 우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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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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