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카불의 여성 시위대/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카불의 여성 시위대/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1-09-05 20:38
수정 2021-09-0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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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수건을 두른 그 여성들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다. 서슬 퍼렇던 전두환 군부 독재 치하인 1985년 12월 결성된 이들을 빼놓고 민주화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없다. 독재정권에 아들, 딸을 빼앗긴 가족들이 모여 결성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즉 민가협의 어머니들이었다. 내 아들, 내 딸만 챙기지는 않았다. 불법구금, 구속, 고문 등 국가권력이 자행한 인권 유린을 온몸으로 겪은 민가협 어머니들은 군사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좌절하지 않은 채 비폭력으로 격렬하게 저항했다. 양심수 석방 운동을 비롯해 민주주의와 인권에 역행하는 악법 철폐에 지대하게 공헌했다. 좀더 거슬러 가자면 1980년 광주의 ‘오월어머니회’가 있다. 그해 5월 죽거나 사라진 자식들을 대신해 소복 입고 목청을 놓고 부르짖으며 전두환 정권과 맞섰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의 ‘오월광장어머니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1977년 4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이 있는 ‘오월광장’에 모인 어머니들은 독재정권 치하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식을 찾다 찾다 그곳에 모였다. 그리고 구호도 없이 광장에서 침묵의 원을 그리는 행진을 이어 갔다. 숫자는 점점 불어났다. 독재 정부가 사나운 개들을 풀기까지 했지만 막을 수 없었고, 유엔에서도 결국 그들의 요구를 인권과 민주의 중요한 의제로 채택했다.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새로 써내려 간 중요한 축에 여성들이 있었다. 어차피 세상은 기본적으로는 남자 아니면 여자이니 말이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정권 체제가 들어선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여성이 나서고 있다. 수도 카불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사흘째 여성 수십 명이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교육과 취업 기회 보장, 선거권, 평등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다분히 상식적인 주장이지만, 카불에서는 결연한 용기가 필요하다.

탈레반은 1996년 5년 동안의 첫 집권기에 여성의 교육과 노동을 금지했다.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와 니캅, 히잡 등 이슬람 전통 의상을 강제했다. 남성과 동반하지 않는 여성의 단독 외출은 불가능했다. 20년이 흘렀지만 탈레반이 바뀌었으리라는 기대는 쉽지 않다. 희생과 고통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4일 여성 시위대를 막아선 탈레반 대원들은 최루탄을 쏘고, 폭력을 휘두르며 해산을 시도했다. 아프간 여성 시위대가 벌이는 활동의 결과를 아직 예단할 수는 없다.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면 탈레반 역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여성에게 교육받을 권리와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은 폭력으로 막아서는 안 되는 기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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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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