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이버 모욕죄/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이버 모욕죄/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21-08-30 19:54
수정 2021-08-3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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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자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가 지난해 5월 23일 자살했다. 당시 22세이던 기무라는 높은 인기를 끌었던 후지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테라스 하우스’에 출연해 프로레슬러답게 터프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런 행동이 방송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그녀를 비판하는 악플러들의 글이 쏟아졌다. 그런데 다른 출연자가 그녀가 링에 오를 때마다 입던 소중한 의상을 세탁기에 함께 빨아 옷이 망가졌다. 더이상 링 의상을 입을 수 없게 된 기무라가 불같이 화를 내며 출연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TV 화면에 공개됐다. 시청자와 네티즌의 거센 비난과 공격을 참지 못한 기무라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도가 지나치게 그녀를 비난한 악플러 2명이 고작 9000엔(약 9만 5500원)의 과태료만 부과받으면서 모욕죄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인터넷상 악플과 인신공격 등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형법상 모욕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법무성 자문기관인 법제심의회가 다음달 중순 심한 악플 시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게 하고 30만엔 이하의 벌금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현행 모욕죄는 30일 미만 구류, 1만엔 미만 과태료로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게 사이버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온라인 특성상 인격살인까지 마다하지 않는 글들이 떠돌거나 명예를 훼손할 만큼의 모욕을 주는 행동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이용자가 급증하고 이용 시간도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기 위한 자극적인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비방까지 여과 없이 표현되면서 이제는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 채널 운영자나 구독자까지도 모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튜브를 포함해 국내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과 모욕 관련 신고 건수는 연간 4000~5000건에 이른다고 한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측은 올해 1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950만개 이상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한다. 사이버 모욕은 이제 우리나라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 형법 제311조에 규정된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일본이 모욕죄를 개정할 경우 우리와 형은 같고, 벌금은 더 많아진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인 우리나라가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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