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슈테른슈텐데, 별의 순간/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슈테른슈텐데, 별의 순간/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6-07 20:16
수정 2021-06-0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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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생성될 때는 사멸할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 엉뚱한 곳으로 에너지가 분출할 수 있다. 방향과 관계없이 근처의 생명체는 살아남기 어렵다. 천체학자들은 지구와 가까운 곳에서 별이 안 만들어지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3월 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치켜올렸다가 최근 이와 상반된 언급을 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표현을 맨 처음 쓴 것은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로 1927년 그의 책 제목이 ‘인류의 별의 순간’(Sternstunden der Menschheit)이었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은 운명적 찰나를 14가지로 추렸는데 1453년 술탄 메흐메트 2세의 손에 비잔틴 제국이 함락된 날을 시작으로 1917년 레닌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핀랸츠키역을 통해 러시아에 돌아온 날로 끝난다. 나폴레옹의 워털루 패전, 루제 드 릴 대위가 프랑스혁명 때 불린 ‘라마르세예즈’를 작곡한 날, 스콧이 남극 정복 경쟁에서 아문센에게 지고 눈물의 일기를 적은 날도 포함된다. 한글판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로 최근에도 판본을 바꿔 나왔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공부한 김 전 위원장은 전에도 여러 차례 이 표현을 썼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멘토이던 10년 전에 “별의 순간이 지나가 버렸다”고 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범여권의 대안 후보로 거론될 때에도 “별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면 역사의 흐름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얼마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2016년 총선에 출마했을 때도 “‘앞으로 큰 별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띄웠을 때도 노회한 그가 정치 문외한인 윤 전 총장을 쥐고 흔들려는 것 같다는 우려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지난 4일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되는 경우는 없다. 지금은 경험 있고 노련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윤 전 총장의 아픈 구석을 건드렸다. 파장이 커지고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들도 한두 마디 보태자 그는 어제 일반론을 얘기한 것일 뿐 윤 전 총장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이 아니라고 물러섰다.

김 전 위원장의 훼방 여부와 상관없이 윤 전 총장이 무겁고 복잡다단한 시대의 혈맥(血脈)을 제대로 짚고 뚫어 낼 내공을 갖췄는지 많은 이가 궁금해한다. 외곽을 돌면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런저런 간접 증언들로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에도 국민의 피로감만 키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외곽만 돌다 끝난 대선 후보감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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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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