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포스트 카스트로/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포스트 카스트로/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21-04-19 20:38
수정 2021-04-20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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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카스트로 시대’ 가 62년 만에 막을 내렸다. 1959년 쿠바 공산혁명 이후 장기 집권을 했던 형 피델 카스트로(1926∼2016)에 이어 권좌를 물려받았던 동생 라울 카스트로(89)가 최근 사임을 발표했다. 라울은 지난 16일 제8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나는 임무를 완수했고 조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후임 총서기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미겔 디아스카넬(60) 대통령 겸 국가평의회 의장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3년 전 라울로부터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넘겨받은 상태다.

디아스카넬은 쿠바혁명 다음해인 1960년 태어난 ‘혁명 후 세대’를 대표한다. 로큰롤을 좋아하고 청바지를 즐겨 입으며 비틀스 팬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비야클라라주, 올긴주 당서기 등 지방에서 성장해 중앙 정계로 진출했다. 관광자원을 개발해 해외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을 인정받아 2003년 최연소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됐다. 그는 2009년 고등교육장관, 2012년 국가평의회 부의장으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라울의 퇴진으로 쿠바는 ‘포스트(Post) 카스트로’ 시대가 열렸지만 쿠바의 상황은 심각하다. 돛대도 부러지고 삿대로 망가진 고물선과 비슷하다. 라울이 쿠바 경제를 되살리려던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큰 좌절을 겪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쿠바와 극적으로 관계 정상화를 이뤘지만 뒤를 이은 트럼프가 그 결정을 번복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2015년 경제성장률 4%로 반짝 성장세를 보였던 쿠바는 2016년 마이너스 0.9%로 역성장했고, 2017년 0.5%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주력인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최소 1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인구 1100만명의 섬나라 쿠바는 1962년 도입된 배급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경제난 속에 쿠바 시민들은 점점 더 부족해지는 식량, 의약품, 기타 필수품을 받기 위해 매일 수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이 외신의 전언이다.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미지수다. 라울은 한 번도 탈사회주의를 선언한 적이 없는 강경보수 사회주의자다. 라울이 낙점하고 키운 후계자 디아스카넬이 라울이 죽기 전에 자본주의를 도입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관측도 많다. 라울의 외아들인 알레한드로 카스트로(55)는 내무부 산하 정보기관의 수장이다. 라울이 아들에게 권력을 넘기기 전까지 과도기 지도자로 디아스카넬을 활용한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쿠바의 행보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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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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