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광화문 문배도/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광화문 문배도/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1-02-15 20:18
수정 2021-02-16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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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광화문에 금갑장군이 그려진 문배도(門排圖)가 내걸렸다. 문배도는 액운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정초에 대문에 붙이는 그림이다. 한 해 동안 나쁜 기운이 문턱을 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금갑장군처럼 문배도의 주인공이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액운을 막아 내기가 그만큼 버겁기 때문일 것이다.

정조 시대 문인·학자 홍석모(1781~1857)의 ‘동국세시기’에도 ‘도화서는 황금빛 갑옷을 입은 두 장군상을 그려 임금에게 바치는데 길이가 한 길이 넘는다. 한 장군은 도끼를, 다른 장군은 도리깨를 들었는데 대궐문 양쪽에 붙인다’는 대목이 보인다. 광화문의 금갑장군 그림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정초 광화문 사진을 발굴해 되살릴 수 있었다.

금갑장군은 집 안과 집 밖을 가르는 대문에 깃든 일종의 문신(門神)이다. 대문으로 들락거리는 잡귀를 막고 복을 들여온다. 남해대장군이라고도 부르는데 남쪽을 향한 대문에 깃든 신을 무관(武官)으로 보는 것은 중국의 영향이라고 한다. 사찰 초입에 사천왕문을 지은 것도 사천왕에 대문신 역할을 맡긴 것이다. 광화문의 금갑장군은 말할 것도 없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내습에서 올해만큼은 한 걸음 비켜나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원의 뜻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대문신앙의 역사는 길다. 한국 최초의 문신은 처용이라 할 수 있다. ‘삼국유사’의 ‘처용랑과 망해사’ 조에는 신라인들이 처용 그림을 대문에 붙여 삿된 것을 피하고 좋은 일만 맞아들이게 됐다는 대목이 나온다. 처용이 누구이고 처용설화의 성격이 무엇인지는 그동안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징성보다 ‘삼국유사’에 적혀 있는 그대로 집집이 전염병을 옮기는 역신(疫神) 그 자체로 해석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용은 조선시대에도 인기 있는 문신이었다. 대학자 성현(1439~1504)의 시문집 ‘허백당집’에 실린 ‘제석’에는 ‘아이들은 저잣거리에서 시끌벅적하고/도시 사람들은 밤놀이를 하네/문배는 울루 글씨요/창첩은 처용두상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새해를 맞아 대문에는 울루 글씨를, 창문에는 처용 그림을 붙여 나쁜 기운을 막고자 했다는 뜻이다. 울루는 중국의 대표적 문신이라고 한다. 대문은 물론 창문에도 액막이 그림을 내걸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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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처럼 문배도를 내거는 풍습이 되살아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이런 그림이 초월적 존재에 대한 일방적 염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는 사람 스스로 마음 자세를 다잡는 역할을 한다. 문배도 같은 그림이 대량 소비되면 그림 시장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2021-02-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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