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극동공병단 터/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극동공병단 터/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0-12-13 20:38
수정 2020-12-1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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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5가 사거리 서북쪽에 훈련원공원이 있다. 조선시대 무과 시험을 주관하고, 무술훈련과 병서의 강습도 맡았던 병조 예하 기관이 훈련원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중국 사신들이 훈련원에 ‘무사(武士)들의 재예(才藝)’를 구경하러 갔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보인다. 외교사절을 위해 활쏘기와 창·칼쓰기 같은 무술시범도 이루어진 듯하다. 훈련원은 북쪽으로는 미 육군 극동공병단을 넘어 청계천까지, 동쪽으로는 국립중앙의료원 너머까지 넓은 터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훈련원 터는 관립경성사범학교가 1922년 개교하면서 쓰게 된다. 경성사범학교는 같은 해 부속 소학교도 개설했다. 경성사범학교는 1945년 광복을 맞아 경성사범대학으로 개편됐다가 1946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부속 소학교 역시 서울대사대부속초등학교로 역사가 이어진다. 훈련원공원은 부속초등학교가 떠난 자리라고 한다. 이후 농협중앙회 청사로 쓰이다 1988년 헌법재판소가 출범과 함께 들어섰고 1993년 재동청사가 준공돼 이전할 때까지 사용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1958년 개원했다. 6·25전쟁 당시 스칸디나비아 3국, 곧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의료지원단을 참전시켰다. 덴마크는 적십자 병원선을 부산과 인천에 보냈고, 노르웨이는 이동외과 병원을 파견했다. 스웨덴은 부산에 야전병원을 설치했는데 1953년 휴전 이후 1957년 4월까지 부산 스웨덴 병원이라는 이름의 민간병원으로 유지됐다. 이후 우리 정부 요청에 따라 세 나라가 유엔한국재건단(UNKRA)과 함께 세운 것이 국립중앙의료원의 전신인 국립의료원(내셔널 메디컬 센터)다.

국립의료원은 서울시립시민병원 자리에 세워졌다. 일제는 1929년 옛 훈련원 마당에 경성부영진료소를 신축 이전한후 경성부민병원으로 개명했는데, 서울시립시민병원의 전신이다. 국립의료원은 450병상 규모에 의사 24명과 간호사 46명, 행정직원 19명 등 모두 89명의 스칸디나비아 출신이 주축이었다. 시민은 동양 최고의 병원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 혜택을 저렴하게 받았고, 의료진은 선진 의학을 전수받았다.

미 육군 극동공병단 터는 서울 중구 을지로5가 40번지 일대 4만 2614㎡ 넓이다.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국방부가 징발해 이듬해 6월 주한미군에 공여했다. 서울대는 2000년대에 이 땅의 소유권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였다. 서울대는 이 땅을 돌려받아 인간생명과학연구단지를 조성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정부는 미군이 떠난 이 자리에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을 건립할 방침이다. 땅을 돌려받지 못한 서울대도 이 땅이 추구하는 ‘인간’과 ‘생명’이라는 쓰임새에는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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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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