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전까지는 공노명·유명환 전 장관 등 베테랑 외교관들이 일본에서 중량감 있게 한일 외교를 주도하며 현안 많은 대일 관계를 능숙하게 관리했다. 일본 외무성으로선 직업 외교관 출신을 선호하지만 한국 대통령 의중을 읽고 일본 뜻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마다할 이유도 없다. 그런 점에서 조세형 전 대사는 한일월드컵의 우호 분위기를 잘 탔다. 권철현 전 대사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대부분 국가가 도쿄에 있는 공관 기능을 오사카로 옮길 때 도쿄를 지켰다는 점이 일본에서 높이 평가돼 일왕 부부와 왕궁에서 식사를 했다.
강창일 내정자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4선 의원으로 석박사를 도쿄대에서 한 만큼 자칭타칭 ‘일본통’으로 불린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 등 웬만한 일본통이면 친분이 있는 자민당 의원들과 알고 지낸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임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남관표 대사를 강 전 의원으로 전격교체하는 것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그널의 하나로 국내에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첫째, 외교장관 기용설이 나도는 남 대사이지만 실책이라도 있어 경질하듯 강 내정자 발표 1시간 전에야 일본에 통보하는 등 한일 모두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둘째, 일본통이지만 일본에서 평판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강제동원 문제에서 정부와 조율 안 된 발언을 여러 차례 한 ‘자기 정치’를 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일본이 러시아와 영토분쟁 중인 쿠릴 4개 섬을 방문해 일본 정관계의 빈축을 사는 등 전략적·조직적 사고가 모자란다는 비판도 있다. 셋째, 문 대통령과 직거래할 만큼 가깝지 않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한일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도움도 안 되는 인물을 보내고는 일본에 성의를 보였다고 하면 곤란하다”는 혹평도 들린다. 핵심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아키바 다케오 외무성 차관처럼, 강 내정자가 대통령의 ‘진짜 해법’을 들고 가 ‘특명전권’을 행사하고 한일 관계를 풀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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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5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