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핼러윈/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핼러윈/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0-28 20:20
수정 2020-10-2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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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가수 이용은 ‘잊혀진 계절’을 발표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이라고 노래했는데 10월 31일은 미국에서 1930년대부터 축제로 즐기는 핼러윈(Halloween)이기도 하다.

‘모든 성인(聖人) 대축일 전야제’(All Hallows’ Day evening)를 줄인 말이다. 정령이나 마녀들을 놀려 주기 위해 유령이나 괴수 복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며 “사탕을 주지 않으면 괴롭힐 거야”(trick or treat)라고 외쳐댄다.

거미나 고양이 모양의 장식물이나 호박을 파서 등(燈)으로 만든 잭오랜턴(Jack-o-lantern)으로 집을 꾸민다. 쩨쩨한 삶을 살아 천국에도 지옥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잭이 랜턴을 들고 지상을 헤맨다는 속설에서 유래했다.

아일랜드의 고대 켈트족 달력에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 이날로 돼 있는데 죽음의 제왕 샤먼을 섬기는 삼하인이란 의식이 있었다. 온갖 요정과 정령들이 세상에 나오며 인간이 영(靈)의 세계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날로 여겨진다. 가장 최근에 이승을 떠난 이의 영혼이 산 사람의 몸에 들어오지 않도록 했는데 그 방법이 변장과 행진, 횃불이었다. 켈트족 전래 종교인 드루이드교 사제가 떡갈나무를 쌓아 올린 화톳불까지 행진하면 사람들이 소리 나는 물건을 하나씩 꺼내 불에 던졌다.

2000년이 흐르는 동안 핼러윈 풍습은 조금씩 달라졌다. 서기 601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켈트족 이교도들을 개종시키려고 칙령을 반포해 토착 신앙과 관습을 받아들였다.

9세기 무렵 미신 흔적이 진했던 삼하인 축제는 성탄절로, 11월 1일은 ‘모든 성인 대축일’로 바뀌면서 핼러윈이 자리잡았다. 몇 세기 뒤에는 11월 2일이 ‘위령의 날’이 됐다.

우리 정서와는 동떨어져 주한미군과 아일랜드, 미국 사람들만 즐기다 2003년 에버랜드를 시작으로 마케팅 등에 이용됐다. 밀레니얼 세대가 영화 등에 소개된 기괴한 복장을 따라하는 코스튬 플레이가 유행하면서 핼러윈에 대한 거부감도 옅어졌다.

하지만 세상을 뒤집어놓는 코로나19 팬데믹은 핼러윈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미국에서는 7조 9000억원, 영국은 4300억원 정도가 지출돼 성탄절 다음으로 많은 이들이 지갑을 여는데 하루 신규 확진자가 각각 8만명과 2만명을 넘어선 날도 있어 썰렁할 수밖에 없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산을 경험한 서울시는 ‘핼러윈 즐기려다 진짜 유령 된다’는 무서운 포스터를 배포하는가 하면 클럽과 감성주점 등에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태원과 강남의 유명 클럽들도 휴업하겠다고 호응했다. 파티용품 수요도 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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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nim@seoul.co.kr
2020-10-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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