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세월호 보도’와 기자협회의 사과/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세월호 보도’와 기자협회의 사과/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0-04-16 01:06
수정 2020-04-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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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 안산시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컨테이너 회의실. 50여 명의 유가족 앞에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머리를 숙였다. ‘세월호 참사 보도 행태’에 대해 한국기자의 대표자가 한 첫 공식 사과였다. 무려 6년 만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유가족들은 싸늘히 질책했다. “때만 되면 찾아오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 보여 주기식도 아니고….”, “꼭 우리편 돼 달라는 게 아니다. 진실과 정의를 가려 달라는 얘기다.” 부탁도 있었다. “참사 당일 녹음 파일, 취재 기록을 주시면 진상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

‘전원 구조’라는 참담한 오보도, 진도 팽목항에서 발만 구르는 가족들에게 자신들이 본 대로 보도하겠다고 말한 기자들의 헛된 약속도,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주검 앞에서 유족을 밀치고 카메라를 들이댔던 기자들의 무례함도, 틈날 때마다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만 할 것이냐’는 합리를 가장한 일부 언론의 혐오와 냉소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였다. 야속함은 켜켜이 쌓여 갔다.

그렇게 다시 4월 16일이 됐다.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는 그 자체로 참혹한 야만이었다. 국가적 참사이자 ‘보도 참사’였다. 하지만 언론의 반성은 충분하지 않았고, 이를 통감하며 책임진 보도책임자도 없었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 ‘기레기’는 신조어가 아닌 보통명사화하고 있다. 속보 경쟁, 선정적·자극적 보도는 끊이질 않았고, 세월호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입에 담기 힘든 모욕적 막말이 ‘따옴표 저널리즘’이 돼 보도됐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구조 지연의 이유 등이 규명되지 않은 채 대통령은 탄핵됐고, 새 정부가 탄생했다.

1차, 2차 특별조사위와 선체조사위가 활동했지만, 미흡하다. 마침내 지난해 말 검찰이 특별수사단을 꾸려 재수사에 나섰다. 이번에는 각종 의혹이 규명되길 바란다. 이 와중에 희생자를 기억하려는 작업도 더디고, ‘생명안전공원’ 건설도 공공연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함께 단식하며 진상 규명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년 1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 갈 길은 멀다. 유가족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눈빛 초롱했던 단원고 학생들을 엄마, 아빠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 뒤늦었지만 언론이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6년 전 그때, 그곳에서 휘갈겨 쓴 취재수첩 한 조각도, 다급히 찍어낸 몇 장의 사진이라도 모으고, 당시 무엇을 잘못했는지 점검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6년 전 편집국·보도국의 기자나 보직부장, 국장들도 당시의 보도와 판단의 명암을 기록해 재난보도의 원칙을 새로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진실을 밝히겠다는 실천이 따라와야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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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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