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여성 첫 공공외교국장/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여성 첫 공공외교국장/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9-09-22 23:02
수정 2019-09-23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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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스노가 1936년 바오안의 토굴에서 마오쩌둥과의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4개월간 취재하고 펴낸 책이 불후의 베스트셀러 ‘중국의 붉은 별’이다. 중일 전쟁이 발발한 1937년 출간된 이 영문판은 중국어로도 번역돼 중국 국내외로 삽시간에 번져 나갔다. 마오가 정착한 항일 기지 옌안으로 마오를 동경한 외국인 의사와 기자, 작가들이 몰렸으며, 혁명의 이상을 좇는 중국 청년층과 지식인들도 벌떼처럼 모였다. 마오의 꿈과 정치, 공산혁명의 실체와 정당성을 세상에 알린 이 책은 미국인 기자 스노의 영향력을 치밀하게 계산한 마오가 스노를 토굴로 불러들였기에 가능했다. 현대 중국 공공외교의 창시자를 마오라 부르는 까닭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 건설 이후 미국에 대항하는 공공외교를 구사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지금은 ‘공산 중국’의 색깔을 빼고 부드러운 ‘중화’를 국제사회에 확대하는 공공외교를 구현한다. 대표적인 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공자학원이다. 전 세계 130개가 넘는 국가에 퍼져 있으며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000곳의 공자학원을 설립해 3000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한다고 한다. 공공외교란 정부와 정부 간 외교에서 할 수 없는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자국의 매력을 높이는 행위다.

중국이 벤치마킹한 영국과 프랑스는 물론 미국, 일본도 공공외교가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국익에 기여한다는 것을 깨닫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1999년 국무부에 공공외교 담당 차관을 두고 총괄 체계를 구축한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반미주의에 대응하는 새 패러다임으로 공공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전쟁 국가’, ‘경제 동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3위의 경제대국에 걸맞은 소프트파워를 만들어 간다는 목표하에 외무성 주도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공공외교법을 시행하면서부터 각 부처와 중앙, 지방에 흩어졌던 업무를 통합하기 시작했다. 외교부에 차관보급 공공외교대사의 지휘를 받는 공공문화외교국 아래 유네스코과 등 총 5개과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은 고작 232억원(이하 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문화원 등을 포함하면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일본의 712억엔(약 7844억원), 미국의 14억 8900만 달러(약 1조 7789억원)에 비하면 초라하다.

지난 17일 외교부 인사에서 새 공공문화외교국장에 같은 국의 서은지 심의관이 승진했다. 외교부에서 국장급 이상 여성 간부는 강경화 장관 아래 차관, 차관보급을 건너뛰어 서 국장과 오현주 개발협력국장 딱 2명이다. 격화되는 스마트 외교 전쟁 속에서 여성 첫 공공외교국장의 활약이 기대된다.

marry04@seoul.co.kr
2019-09-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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