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가 있다. 어린이 통학버스 하차 확인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차량에 과태료 3만원이 부과된다. 일명 ‘슬리핑 차일드 체크 버튼’이다. 버스 맨 뒤에 작은 벨 하나를 달고 운전기사가 뒷좌석까지 가서 벨을 누르지 않으면 시동이 꺼지지 않거나 경고음이 울리는 방식의 장치다.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이 다 내렸는지 확인한 뒤 차문을 닫게 하는 벨인데, 지난 4월 처음으로 실시됐다. 지난해 7월 경기 동두천시 한 어린이집 통학버스에서 네 살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통학버스 관련 끔찍한 사고 소식이 잇따르자 나온 조치다. 그런데 좀 미약하다. 하다못해 담배꽁초나 휴지를 길가에 버리면 과태료 5만원이다. 반려동물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으면 과태료는 무려 20만원이다.
물론 과태료 3만원이 다는 아니다. 운전자가 하차 확인 장치를 작동하지 않으면 범칙금 13만원과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하차 확인 장치를 불법 개조한 차주와 개조업체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유치원 폐원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르게 된다. 됐다고? 아니다. 현장은 여전히 둔감하다. 경찰청이 6~7월 두 달 동안 어린이 통학버스 하차 확인 장치 설치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한 결과 하차 확인 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작동되지 않는 모형벨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차량 뒷좌석이 아닌 운전석 옆에 설치하는 등 안전기준을 위반한 383건을 적발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저 작은 벨 하나다. 달지 않아도 과태료 3만원에 불과하다. 일제 단속이 아니면 이마저도 적발되는 경우 또한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벨이 아니다. 새싹 같은 어린이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져 가는 일을 막을 수 있는 큰 힘을 가진 벨이다. 효율·경쟁의 가치를 우선하지 않고 생명과 안전의 가치에 더 예민해야 비로소 선진국이다.
youngtan@seoul.co.kr
2019-08-07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