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광화문 ‘천막전쟁’/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광화문 ‘천막전쟁’/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9-06-27 22:28
수정 2019-06-2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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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이 천막전쟁으로 또 시끄럽다.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은 2017년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서 숨진 이들을 추모하겠다고 지난달 10일 광화문광장에 서울시의 허가 없이 천막과 분향소를 설치했다. 설치 46일 만인 지난 25일 서울시가 이들을 강제 철거하자 우리공화당은 5시간여 만에 원래 2개였던 천막을 10개로 늘려서 다시 세웠다. 천막과 시위 행렬 사이를 간신히 피해서 걸어다니는 현장의 시민들은 “불법 천막이 자가증식을 하느냐”며 혀를 찬다.

딱한 그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계고한 대로 스스로 철거하지 않으면 다시 철거에 나설 것”이라 경고하니, 우리공화당은 “서울시가 또 철거하면 수십 배의 천막을 계속 설치하겠다”고 어깃장이다. 이에 박 시장은 천막 2개를 철거하는 데 2억원쯤 들었다면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의 월급을 가압류해서라도 그 비용을 받아내겠다”고 맞받았다. 질세라 우리공화당 쪽에서 “세월호 천막은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느냐”고 따지니 “세월호 유가족은 서울시민이 아니라 안산시민”이라는 원색적인 동조까지 편승한다.

이 싸움은 하면 할수록 우리공화당한테 크게 남는 장사다. ‘헤비급’ 서울시가 ‘초경량급’ 군소정당의 어깃장에 약이 올라서 팔짝팔짝 뛰고 있는 모양새다. 태극기 세력 전체를 통합하겠다면서 며칠 전 당명을 바꾼 우리공화당으로서는 서울시가 공동 주연을 자처해 준 덕을 톡톡히 챙기는 꼴이다.

‘천막 정치’가 시민 공간을 기웃대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편’ 여론을 움직이기에 가장 빠르고 간편한 정치적 방편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선례를 찾을 것도 없다. 2004년 823억원의 대기업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 와해될 위기의 한나라당이 벼랑끝 회생을 한 데는 천막 당사의 공이 컸다. 천막 아래서 부정부패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회개 제스처에 민심은 반응했다.

서울시 조례에 ‘광화문광장에 시민들의 여가 선용과 문화생활 목적이 아닌 정치적 집회는 불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모호한 조례 자체도 논쟁의 불씨다. 지난달 노무현 서거 10주기 행사가 문화제였는지를 놓고도 공방은 한바탕 뜨거웠다.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이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서울시 조례를 정밀하게 다듬는 작업을 해야 할 때다. 입씨름 소음을 참다못한 시민들이 “아예 집회를 허용하지 말든지 시설물 설치에 철저한 시간 제한을 두고 관리하든지 뭐든 좀 하라”는 원성을 쏟아 낸다. 적어도 “서울시장 마음대로”라는 뒷말 소모전은 더이상 없도록 뭐라도 새 방편을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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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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