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연예인 대통령들의 명암/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연예인 대통령들의 명암/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19-04-22 17:32
수정 2019-04-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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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선출직 권력에 도전한다. 이 도전은 대중의 지지와 관심 속에서 달성할 수 있다. 지지와 관심은 곧 ‘인기’나 지지율로 나타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나 이낙연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예비 대선 주자들이 때만 되면 나오는 지지율 조사 앞에서 애써 웃음을 참거나 몰래 머리를 쥐어뜯는 이유다. 여론 절반은 뜨뜻미지근하다. ‘지지 후보 없음. 잘 모름’이 늘 40% 남짓 나온다. 차라리 인기 연예인이 정치한다면 지지율은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가능하다. 실제 이 같은 사례가 제법 있다.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이다. 영화배우 출신인 그의 주특기는 ‘유머’였다. 1981년 심장 옆을 저격당한 응급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당신들이 공화당원이어야 할 텐데…”라고 농담하는가 하면, 재선 TV토론 당시 만 73세 나이가 공격받자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걸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제3세계 독재정권 후원, 인권 탄압, 레이거노믹스 등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이유다. 현대 이미지 정치의 대성공 사례다.

조지프 에스트라다(82) 전 필리핀 대통령 역시 수백 편의 영화에 출연한 인기 배우였다. 필리핀은 마르코스, 아키노, 아로요 등 몇몇 가문이 정치와 경제를 독과점한다. 영화 속 그의 이미지 덕분에 1998년 역대 최고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무상주택 공급, 일자리 알선 등 개혁 정책을 폈지만, 2000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상원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되던 중 2001년 사임했다. 필리핀 서민들로서는 한 줄기 빛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경험이었다.

2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투표에서 또 한 명의 배우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결선투표 출구조사 결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후보가 73.2%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TV 드라마 ‘국민의 종(從)’의 내용이 현실에 그대로 구현된 셈이다. 젤렌스키 당선자는 드라마 속에서 고교 교사였다가 부패정권 비판 SNS 영상으로 스타가 된 뒤 대통령에까지 당선된다. 드라마 속 정치와 현실 속 대통령 당선자로서 입장은 비슷하다. 바로 부패 정치인과 재벌을 척결하겠다는 것.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기성 정치를 얼마나 불신했으면, 또 정경유착 부패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런 선택을 했는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정치 신인 대통령’으로서 앞길이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미지 정치의 껍데기가 벗겨질지, 아니면 정치경제 구조를 바꿔 내는 혁신을 이뤄 낼지 그를 지지한 국민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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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tan@seoul.co.kr
2019-04-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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