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재벌과 조양호 회장/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재벌과 조양호 회장/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9-04-08 22:42
수정 2019-04-0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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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산업화나 민주화 시대, 경제성장의 주축이었으나 늘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경제개발 시대에는 정경유착의 대명사로, 경제민주화 시대에는 갑질의 아이콘이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정경유착의 논란에서 빠지지 않았다. 한국이 ‘아시아 4룡’으로 부상하는 데 기여했으나 권력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사업 이권을 음성적으로 받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입법부는 ‘핫바지’였다. 1988년 전두환 정권과의 정경유착을 파헤치기 위해 열린 5공 청문회에서 대부분 청문위원은 현대그룹 회장 정주영 증인을 ‘회장님’으로 불렀다. 당시 초선이던 노무현 의원은 증인을 상대로 정경유착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칼 든 강도한테 빼앗겼다. 의회는 핫바지”라는 답변을 받아내 청문 스타로 부상했다.

재벌 성장에는 혼맥도 한몫했다. 한진그룹은 창업자 아들인 조양호 회장이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장녀와 결혼하면서 도약한다. 선경(SK)은 1980~90년대 석유·이동통신 분야에 뛰어들면서 ‘대통령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인수에 대해 신군부시절 동력자원부 장·차관을 지낸 최동규씨는 에세이집에서 “그때 유공을 선경에 넘기게 한 사람은 보안사령관이었던 노태우”라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를 소개하고 있다. 94년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도 인수했다.

재벌은 우리 경제가 고속성장을 멈추고 경제민주화운동으로 근로자 의식이 확산되면서 ‘갑질’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어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숨졌다. 조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했다. 하지만 2014년 장녀의 ‘땅콩 갑질’, 지난해에는 차녀의 ‘물컵 갑질’과 부인의 ‘폭언 갑질’이 터져나오면서 그룹 총수로서, 가장으로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경찰, 검찰, 관세청, 공정거래위 등의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졌고, 결국 지난 3월 국민연금이 참여한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했다.

재벌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Chaebol’이라는 우리말 표기 그대로 소개된다. 수많은 계열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상당한 지분이 필요하지만 재벌은 순환출자나 지주회사 방식으로 적은 지분으로도 문어발식 경영을 한다. 독특한 경영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벤츠나 도요타 등은 글로벌 기업이나 재벌은 아니다. 재벌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가 터지면 세습, 배임, 편법승계, 횡령 등이 빠지지 않는다. 그룹 총수의 변고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주가는 한때 치솟는 기현상을 보였다. 기업은 투명 경영, 정도 경영에 매진하고 정부는 기업 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없는지 돌아볼 때다.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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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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