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미국산 무기 수입/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국산 무기 수입/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19-02-11 22:18
수정 2019-02-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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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하라.’ 1980~1990년대 통일운동 세력의 단골 구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당시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고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공감을 크게 얻지 못했다. 이 구호는 2000년대 들어 자연스럽게 잠잠해졌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야당 시절은 물론 집권 이후에도 주한미군 필요성 및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틈만 나면 강조했다. 안보불안으로 남남갈등이 발생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북한 김일성·김정일 또한 ‘주한미군 주둔 인정’을 유훈으로 남겨 놓았다. 한·미 동맹 유지를 둘러싼 사안의 예민함을 드러낸 현상들이었다.

대가는 비쌌다. 미 의회조사국(CRS) ‘무기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1996∼2003년 한국은 이 기간 88억 달러의 무기를 수입했고, 이 중 62억 달러, 즉 70.4%가 미국산이었다. 미국이 한·미 동맹의 의구심을 빌미로 무기를 강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달 발간된 ‘2018 세계 방위산업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2008~2017년 10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에 이어 세계 3위의 미국산 무기 수입 국가였다. 약 7조 6000억원(67억 3100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의 전체 무기 수입 규모 중 미국산 무기의 비중은 53%를 차지했다. 참고로 미국 동북아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핵심 파트너인 일본의 미국산 무기 수입은 37억 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민들 사이에서 ‘차라리 주한미군 철수하라’는 주장이 다시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미세한 균열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9602억원에서 50%나 올린 1조 4400억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던 때였다. 진통 끝에 8.2% 인상된 1조 389억원으로 정해지긴 했지만, 주한미군 규모가 3만 8000명에서 2만 8000명으로 줄어들었고, 미집행 분담금이 1조원 남은 상황이었기에 혈세 낭비라는 불만이 증폭됐다.

미국산 무기 도입에는 방산비리라는 문제도 끼어 있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율곡사업 비리’에도, 김영삼 정부 미국 로비스트인 ‘린다 김 사건’에도 미국의 전투기, 군함 등의 도입이 문제였다. 이 때문인지 ‘자주국방’을 주장한 노무현 정부는 방위사업청을 만들었다.

진짜 문제는 한국이 미국산 무기의 큰손이지만, 기술 이전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점이다. 오히려 미국은 그동안 자동차, 철강에 고율 관세를 매겨 한국 경제를 압박하기도 했다. 더불어 트럼프 미 대통령 또한 2년 전 한·미 정상회담 후 “한국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산 무기를 주문할 것이며, 이미 승인된 것도 있다”면서 여전히 ‘호갱’ 취급을 한다는 점이다. 호혜적이라야 진짜 동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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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tan@seoul.co.kr
2019-02-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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