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학폭 심판관/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학폭 심판관/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9-01-01 22:58
수정 2019-01-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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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조금만 불편하고 불미스런 일이 생겨도 ‘학폭’(학교폭력)을 입에 올린다. 그 함의는 상상 이상으로 살벌하다. “이건 학폭감”, “학폭 가자” 등의 말 속에는 온갖 불온한 의미가 담긴다. 가해자, 피해자로 갈라서는 순간 화해나 중재는 없다. 학폭 전담 교사에 대한 불신은 심각하다. 가해자에게든 피해자에게든 교사는 견제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대립 대상이 되고 만다. 학폭을 맡은 중학교 교사에게서 “모두 제자들인데, 자괴감이 든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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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심판을 언제까지 일선 교사들에게 맡겨야 하는 것인지 논란이다. 학교의 처벌 수위에 불만을 품은 가해 학생들이 변호사를 동원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에서 행정소송이 진행된 사례는 지난해 9월까지만 31건. 2016년 23건에 비해 크게 늘었고, 2017년의 37건도 넘어설지 모른다. 학생부가 진학의 관건인 만큼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기록을 삭제하려는 가해자 측의 사정을 덮어 놓고 나무랄 수만도 없는 현실이다.

법률가가 아닌 교사들이 학폭 매뉴얼을 한 치 오차 없이 진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교사가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의 진술을 두루 확보해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보니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의 위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엇비슷한 사안인데 학교마다 징계 수위가 들쭉날쭉인 것도 심각한 학부모 불신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교육지원청마다 학폭을 전문으로 지원하는 팀(가칭 ‘생활교육·인권지원팀’)을 만들기로 했다. 전문팀에서 교사들에게 학폭 관련 법률 자문이나 행정 지원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전문팀 안에 별도의 중재기구를 꾸려 갈등 조정 전문가가 화해와 조정을 위한 자문을 한다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실질적으로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사에게 학폭 심판관을 떠맡기는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서는 학폭위 불신은 사그라질 수 없다. 학폭 가해자는 “처벌만이 능사인 잔인한 곳”이라고, 피해자는 “축소·은폐에 급급한 비겁한 곳”이라고 학교를 말한다. 학교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구겨져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그 복잡한 대입 제도를 공론화로 바꾸는 무리수를 뒀다. 해법이 복잡하다고 눈감고 있을 일이 더는 아니다. 한시 바삐 공론화로 손볼 것은 정작 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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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h@seoul.co.kr
2019-01-02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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