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경조사비/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경조사비/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8-12-31 16:54
수정 2019-01-0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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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경조사 문화는 현대판 품앗이다. 지인이나 그 가족의 결혼이나 장례를 축하하고 위로해 준다. 이때 경조사비는 필수 지참품이다. 결혼식과 장례식이 동시에 잡히면 장례식은 가되 결혼식은 경조사비만 전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일상화하면서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경조사 안내도 흔하다. 청첩장이나 부고 안내를 잇따라 받기라도 하면 안내장에 나붙은 혼주나 상주의 계좌번호가 ‘세금 고지서’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예식장이 특급호텔이면 밥값도 안 되는 돈을 부조하기가 민망해 봉투만 대신 전달하기도 한다.

경조사 문화는 공직자들의 갑질 수단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3년 전 경기 수원시의 3급 공무원은 어머니 장례식 일정을 경조사 안내 금지 대상인 업무와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138명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100만원 이상의 부의금은 뇌물로 간주하고 이 공직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서민들에게 적정한 경조사비 수준은 늘 고민거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령을 고쳐 경조사비 상한선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자 일반 국민이 환호한 배경은 가계부담 완화 가능성 때문이었다.

경조사비를 보험으로 간주하고 수지타산을 따져 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손혜림·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가 ‘재정학연구’ 최신호에 실은 ‘재정패널을 이용한 우리나라 가구의 경조사비 지출과 경조사 수입 간의 관계 분석’ 논문이다. 지난 10년간(2007∼2016)은 각 가구에서 지출한 경조사비를 대부분 회수했으나, 앞으로는 돌려받기가 힘들 것이라는 내용이다.

조사 대상 가구 중 경조사 수입과 지출이 있는 37.3%의 가구는 이 기간 평균 955만원을 지출하고 1523만원을 받았다. 나머지 61.3%의 가구는 경조사비로 734만원을 냈으나 수입은 없었다. 연구팀은 경조사비 수입을 거둔 가구를 대상으로 물가 수준을 고려해 수지타산을 따져 본 결과 경조사비로 1만원을 내면 수입도 9880원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경조사비가 짧은 시간의 큰 지출에 따른 소득 악영향을 완화하는 ‘완전 보험’으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만혼 추세와 비혼 인구 증가, 평균수명 증가로 인해 앞으로는 경조사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준 것은 잊고, 받은 것은 잊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허례허식을 던지고 ‘작은 결혼식’ 운동도 확산한다면 현대판 품앗이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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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gleduo@seoul.co.kr
2019-01-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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