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라돈과 당진 사람들/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라돈과 당진 사람들/이두걸 논설위원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8-07-17 17:44
수정 2018-07-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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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항에 쌓인 라돈 매트리스 1만 6900개가 현장에서 해체된다.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지 두 달여 만이고, 전국에서 수거된 매트리스가 당진으로 옮겨진 지 한 달 만이다. 이번 해체는 당진 송악읍 고대리 주민들의 ‘담대한 결단’ 덕분이다. 라돈 매트리스의 방사선 안전성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지만, 당진 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했다면 해체 작업은 시작도 어려웠다. 보상 등 반대급부도 제시되지 않았다. “제3의 장소로 옮길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했다”는 당진 주민들에게 정부와 국민이 빚을 진 셈이다.

반면 천안의 대진침대 공장에서는 현재 보관한 매트리스 2만 4000여개의 처리 방향이 아직 오리무중이다. 현장 해체와 추가 반입을 반대하는 지역 여론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천안에서 해체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는 정부 입장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님비’나 ‘핌피’, ‘바나나’ 등의 단어를 연상할 이들도 많을 것이다. 님비는 혐오시설의 입지를 기피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태도를, 핌피는 반대로 선호시설의 유치를 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바나나는 님비를 뛰어넘어 ‘그 어떤 장소에도 아무것도 지을 수 없다’는 극단적인 반대 의견을 뜻한다. 그러나 ‘님비’는 어찌 보면 인지상정인 측면이 없지 않다. 누가 내 집 앞에 공해시설이 들어서기를 바라겠는가. 이번처럼 정부가 군사작전하듯 슬그머니 라돈 매트리스를 우리 동네에 쌓아 둔다면 가만히 있는 게 도리어 비정상적이다. 생명권과 안전권 등을 침해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이라면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정부가 특정 지역에 혐오시설을 설치한다면 선호시설도 함께 짓는 ‘패키지식 대안’을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서울추모공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동시에 유치한 서울 서초구 원지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요가 부족하거나 교통 여건이 여의치 않는 등 선호시설 확충 조건이 좋지 않다면 추가 예산 책정 등의 메리트가 제공돼야 한다. 기피시설이 특정 지역에 몰리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이뤄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기피시설이나 혐오시설의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경제적 손실이 조금이라도 예상되면 기피시설이나 혐오시설로 몰아 버리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의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이나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구라도 교통사고 등으로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현실을 깨닫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두걸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노성철 서울시의원 “상도전통시장 빈 점포, 청년·관광객 찾는 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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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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