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민병두 ‘미투쇼’/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민병두 ‘미투쇼’/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8-05-06 22:50
수정 2018-05-0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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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팰런 영국 전 국방장관은 2002년 한 여기자의 무릎에 손을 올려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지난해 말 물러났다. “10년 전이라면 나의 행동이 용인됐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절대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사퇴변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고는 하나 팰런 장관의 전격 사퇴는 한순간의 ‘나쁜 손’에 대한 잘못치고는 놀라운 결정이었다. 오죽하면 당사자인 줄리아 하틀리 브루어도 “충격적이다. 그의 사퇴가 15년 전 내 무릎에 손을 올렸던 일 때문이라면 가장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고 당혹감을 나타냈을까.

지난 3월 성추행 의혹을 받던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포기와 함께 의원직 사퇴를 선언할 때 팰런이 떠올랐던 것은 영국 여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추행 의혹을 받는 그에게 면죄부를 줄 생각은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그의 행동은 깔끔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불과 1시간 만에 의원직을 내려놓겠다는 결정은 쉽지 않다.

그는 시시비비부터 가리자는 흔한 변명도 하지 않았다. 성추행 의혹을 받는 다른 인사들이 ‘음모론’을 들먹이며 궁지에서 빠져나가려 한 것과는 달랐다. 그렇기에 그의 의원직 사퇴 선언은 불미스러운 일이 초래한 것이긴 해도 한편으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민병두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괜찮은 정치인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그의 부인 목혜정씨가 “여성분이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면 잘못이고 사과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한 것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이 모습은 그동안 높은 도덕성을 강조해 온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커플이 아니라면 보여 주기 어려운 장면이지 싶다. 목씨가 “남편의 의원직 사퇴 의사에 1초도 망설이지 않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남편이) 자신에게 엄격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믿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랬던 민 의원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번복했다. 당과 유권자의 뜻이란다. 원내 1당과 지방선거 기호 1번 사수에 사활을 거는 여당으로서는 의원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는 자신의 의원직 사퇴 번복을 ‘선당후사’(先黨後私)의 고육지책이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수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는 점이다. 차라리 의원직 사퇴를 꺼내지나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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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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