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전자인간 기본권/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자인간 기본권/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입력 2018-01-31 22:46
수정 2018-02-0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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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로봇 3원칙’을 제시한 때는 1950년이다. 로봇이 뭔지도 몰랐을 68년 전에 이 선각자는 저서 ’아이 로봇’을 통해 로봇의 행동을 규제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선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아시모프의 이 로봇 3원칙은 인간을 중심에 둔 개념, 로봇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개념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인간 지시를 단순히 이행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강지능’의 단계로 나아가면서 이런 로봇 담론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로봇의 권리, 즉 로봇을 인간과 대등한 ‘전자인간’으로 간주하고 그에 상응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 하와이대학의 미래학자 짐 데이토 교수가 2007년 ‘로봇 권리장전’ 제정을 촉구하면서 촉발된 이 ‘전자인간 기본권’ 논의는 2016년 6월 EU 의회 법사위원회가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의 권리와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마련한 뒤로 본격화하고 있다. EU의 이 보고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사고나 AI 의사 ‘왓슨’의 오진에 따른 피해를 누가 어떻게 져야 하는지를 따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고서는 대안의 하나로 로봇보험 가입 의무화와 대량실업 유발금을 로봇산업에 물리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EU 보고서가 제기한 로봇의 권리는 엄밀히 말해 AI 로봇을 인간처럼 대하자는 취지라기보다는 AI 로봇산업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산업 차원의 논의와 별개로 최근엔 실제로 인간의 기본권, 즉 생각하는 인격체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AI 로봇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도 급부상하고 있다. 로봇이 그저 기계 노예가 아니라 인간처럼 기쁨과 슬픔, 고통을 느끼는 인격체인 만큼 그에 상응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범주의 논의에선 인류가 ‘유기인류’ 인간과 ‘전자인류’ AI 로봇으로 양분되고, 두 인류의 공생을 위한 규범들이 거론된다. 청소로봇이 열심히 일한 자신을 대견해하며 행복해하는 데 인간 주인이 로봇의 전원을 꺼버린다면 이것이 온당한가 하는 식의 논의다.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시민권을 얻어 화제가 된 AI 로봇 ‘소피아’가 지난 30일 서울에서 로봇의 기본권에 대해 말했고 수백 명의 인간이 이를 경청했다. 인류의 분화,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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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8-02-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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