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김영옥 대령과 혼다 의원/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영옥 대령과 혼다 의원/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7-03-30 22:38
수정 2017-03-3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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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 마이크 혼다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처음으로 미국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들고나온 것은 1999년 캘리포니아 주의원 시절이다. 그러자 혼다에게 영향력 있는 재미 일본계 지도자들로부터 결의안 철회 압박이 가해졌다. 결국 결의안 표결이 연기됐다. 그가 이때 도움을 청했던 이가 다름 아닌 ‘전쟁 영웅’ 고(故)김영옥 대령이다.
김영옥은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다. 2차대전과 6·25 전쟁에 참여해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가는 곳마다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적을 격퇴했다. 그 공로로 이들 3개국으로부터 최고무공훈장을 받았다. 워싱턴 대통령, 아이젠하워 대통령, 맥아더 장군 등과 함께 미국 전쟁 영웅 16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아시아인으로는 그가 유일하다.

혼다가 김영옥에게 손을 내민 것은 김영옥이 2차대전에 참전한 일본계 군인회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였기 때문이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자 미국은 일본계 이민자 12만명을 격리 수용했다. 혼다도 어린 시절 일본계 강제수용소에서 지낸 아픔이 있다고 한다.

일본계 2세들이 미국에 충성심을 보여 주기 위해 만든 것이 100대대이고, 김영옥이 이 부대의 장교였다. 그는 군화 끈도 못 매던 오합지졸의 이 부대를 이끌어 격전지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일본인들은 처음에는 한국인 김영옥을 우습게 알았지만 그의 뛰어난 리더십과 헌신하는 군인 정신에 감동을 받았고, 그는 지금까지도 재미 일본 사회에서 전설로 남게 됐다.

혼다로부터 위안부 결의안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들은 김영옥은 즉각 자신의 일본계 부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무엇 때문에 자신들이 전쟁터에서 같이 피를 흘렸는지를 상기시키면서 결의안 지지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결의안 지지서 초안을 만들어 자신이 먼저 서명하고 이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혼다에게 보냈다. 일본계 참전용사회 멤버들이 지지서에 서명하면서 재미 일본 사회의 반발도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김영옥 덕분에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캘리포니아주 상하원을 통과하게 됐다. 혼다가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2007년 연방 하원에서도 결의안이 채택됐다. 외교부가 혼다 전 의원에게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한 공로를 인정해 수교훈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8선 의원을 지낸 그는 지난해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지금은 미국 내 위안부 소녀상 건립에 적극적이다. 그의 가슴에 단 훈장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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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7-03-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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