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로봇세 논쟁/박홍기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로봇세 논쟁/박홍기 수석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7-03-24 18:04
수정 2017-03-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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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세.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될 로봇의 노동에 매기는 세금이다. 취지는 로봇 탓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재교육이나 노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사회적 기금의 확보를 위해서다. 부담은 로봇이 아닌 로봇을 소유한 사람이나 기업의 몫이다. 소득세를 징수하려면 납세자가 인격이 있어야 하는 까닭에서다. 실제 도입된 사례가 없는 이유다. 다만 유럽연합(EU)에서는 로봇에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올 1월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으로 지정한 결의안을 통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세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뜨거운 찬반 논쟁의 시작이다. 게이츠는 “기술적으로 로봇이 살아 있지 않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로봇에 대한 세금 부과는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간주한 것이다. 프랑스 대선 후보인 사회당 브누아 아몽은 보편적 기본소득제의 재원 충당을 위해 로봇세 도입을 공약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게이츠를 반박했다.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으로 로봇만을 지목할 논리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항공기 탑승권 자동 발권이나 모바일 뱅킹 등도 인간의 노동력을 줄였지만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세금을 내야 하면 로봇 자체가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허의 실패’ 저자인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인 제임스 베슨은 “로봇세가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지연시킬 것”이라며 게이츠의 견해에 반대했다. 로봇 기술의 혁신에 보조금은 주지 못할망정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역설이다.

1994년 당시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이 “근로자의 기술 연수 확대 및 실직 수당을 위해 로봇세를 고려하겠다”며 처음 언급했을 때 ‘로봇세 구설수’로 깎아내렸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불과 23년 만이다.

지난 2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에서 로봇세가 등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로봇세 도입의 질문에 “과도한 생산성에 따른 일자리 축소에서 로봇세를 걷어야 한다는 게 요즘 추세”라며 필요성을 밝혔다. 로봇세는 실현 가능성이 작아 먼 미래의 이야기로 들릴 수는 있다. 그렇다고 마냥 남의 일처럼 치부할 수 없다. 일자리와 기술혁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로봇세, 논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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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수석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7-03-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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