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이우환과 공공미술 투자/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우환과 공공미술 투자/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11-23 22:56
수정 2016-11-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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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섬’으로 알려진 나오시마에 가려면 일본 오카야마 남단의 우노나 시코쿠 북쪽 다카마쓰에서 페리를 타야 한다. 나오시마는 인구 3300명의 작은 섬이지만 해마다 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국내외에서 몰려든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세 개의 미술관이 사람들을 이 섬에 불러 모으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땅밑에 지은 지추(地中) 미술관, 미술관과 호텔을 결합시킨 베네세하우스뮤지엄, 이우환 미술관이다.

한국 관광객이라면 이우환 미술관에서 예술적 공감을 뛰어넘는 특별한 감정을 맛보게 마련이다. 2010년 문을 연 이우환 미술관은 예술 공간이라기보다는 명상 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조응’처럼 이 작가의 예술 세계를 구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평면 작품도 있다. 하지만 미술관을 명상을 넘어 철학 공간으로 승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관계항’ 시리즈 설치 작업이다.

한국에는 지난해 이우환의 작품 공간이 비로소 생겼다. 부산시립미술관의 별관 개념으로 ‘이우환 공간’이 개관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외국 관광객에게 이우환의 작품 세계를 개관할 수 있는 장소로 나오시마를 추천할 수밖에 없었다. 개관 이후 많은 미술전문가들이 찾아오면서 ‘이우환 공간’은 국제미술시장과 소통 확대라는 부수 효과도 거두고 있다.

세계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길 것이 확실한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정작 서울에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럴수록 미술계는 서울시내 한복판에 이우환의 설치 작업 가운데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는 데 안도한다. 바로 세종대로의 서울신문 마당에 있는 이우환의 ‘관계항’이다. 서울신문 사옥·프레스센터 건물이 준공되기 한 해 전인 1984년 작이다.

세종대로의 ‘관계항’은 공공미술(public art) 프로젝트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작품은 정해진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일정 비율 액수를 미술 작품 설치에 쓰도록 하는 건축물미술장식법에 따라 제작됐다. 한때는 이 법에 따라 한 해 수백억원을 미술 작품 설치에 썼지만, 시간이 흐른 뒤 예술적 가치를 평가받는 작품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2011년 일정 비율 액수를 문예진흥기금으로 낼 수 있게 하는 제도도 도입됐다.

미술시장에서는 이 작품을 국제 경매에 내놓을 경우 50억~100억원의 낙찰가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32년 전 가격이 1억원 수준이었다니 크게 뛰어오른 셈이다. 게다가 이우환 작품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높아질 것이다. 잘 고른 미술 작품 하나가 건물의 품격을 높이고 주변을 문화의 거리로 만든다. 여기에 ‘투자 효과’까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헛돈 쓰는 일’이라는 공공미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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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11-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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