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모병제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모병제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09-12 23:00
수정 2016-09-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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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 국가였던 미국에서 2차대전 후 모병제 움직임이 처음 나타난 것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이었다. 대학가에서 반전 운동과 함께 징병제 폐지론이 고개를 들면서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병역제도 논의를 위한 기구를 설치해 대안을 모색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낸다. 그러나 후임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다시 모병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설치해 1년간 검토를 진행케 했다. 위원회는 미국 병역제도의 해법은 모병제라고 결론 내리고 모병제를 만장일치로 건의했다. 닉슨은 1971년 징병제 폐지를 발표했다.

당시 의회를 중심으로 모병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찬성하는 측에선 베트남전에서 나타난 극심한 기강해이 문제와 군조직의 비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 의원 등은 공정하지 못함을 이유로 반대했다. 기술이 없고 교육받지 못한 빈곤층이 부유층 대신 군대에 갈 것이란 논리를 폈다. 논란 끝에 미국에서 징병제는 폐지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했던 모병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마치 45년 전 미국의 찬반 논란을 보는 듯하다. 내년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작심한 듯 모병제론에 불을 지핀 뒤 이슈를 이끌어 가는 모양새다. 그는 갈수록 줄어드는 병역자원 문제 해소와 폭력적인 병영문화 개선, 병역 비리 근절, 첨단 강군 육성 등을 위해 모병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5년 전 존슨이 내놓았던 논리와 비슷하다. 이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정의롭지 않다”며 반론을 펴고 있다. “가난한 집 자식들만 군대에 가게 될 것”이란 이유를 든다. 케네디가 존슨 대통령에게 반대한 이유와 똑같다.

대한민국에서 병역 문제만큼 민감한 이슈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치열한 논리 싸움이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징병제는 사라지는 추세다. 서유럽에선 2000년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모병제로 대체됐다. 동유럽 국가들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징병제 폐지를 약속했고, 대부분 모병제를 택했다. 징병제를 오래 유지했던 스웨덴과 독일도 각각 2010년과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다. 중국과 대만도 2010년 이후 차례로 징병제를 버렸다. 아직 러시아와 이스라엘, 터키 등 60여개국이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중 몇몇 나라는 수년 안에 모병제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특성 때문에 모병제는 시기상조란 의견에 무게가 실려 왔다. 다만 최근 들어 징병제가 군 조직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첨단 강군이란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도 점차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치열한 논리 싸움은 좋지만 안보 문제가 대선 주자들의 포퓰리즘 논리에 휘말려 엇나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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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9-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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