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6-04-25 23:12
수정 2016-04-2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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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쿠바 혁명의 상징’ 피델 카스트로가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지난 19일 쿠바 공산당 7차 전당대회에서 후계자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면서다. 아디다스의 푸른 운동복을 입은 모습 때문일까. 방송 화면에 비친 그는 올해 아흔인 나이보다는 정정해 보였다.

1959년 집권한 카스트로는 2006년 건강 악화로 동생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이양했지만, 67년 동안 쿠바의 유일 통치자였다. 그런 그가 “쿠바 공산주의는 영원할 것”이라는 요지로 사실상의 고별사를 했다. 하지만 연설은 요즘 쿠바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입고 나온 세계적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아디다스 운동복이 생뚱맞아 보이듯…. 그가 권좌를 물려준 동생이 경제 개방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아바나로 불러들인 게 생생한 증거다.

사실 쿠바는 대내외적 프로파간다로는 사회주의 사수를 외치지만 내용상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노동자 평균 월급이 우리 돈 3만∼4만원에 불과한 데다 배급 체제가 무너진 지 오래다. 반면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지난해 말부터 경제 개방에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는 미국 관광객만 두 배 늘어나 7월까지 2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 참이다. 연간 25억 달러의 관광 소득은 의료 인력 해외 수출과 미국 망명 쿠바인의 송금에 이어 세 번째 주요 외화 수입원이라니 놀랍다.

특히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인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돈이 연간 30억 달러에 이른다니 아이러니다. 미국 내 쿠바인은 200만명 수준으로, 인구 1100만명인 쿠바에서 한두 집에 한 명 정도는 미국 내 가족이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쿠바 경제는 허울은 사회주의이지만, 실제론 자본주의 종가 격인 미국에 철저히 의존 중인 셈이다. 카스트로는 오바마가 미국으로 돌아간 뒤 공산당 기관지에 ‘미국의 선물은 필요 없다’는 글을 기고했다. 하지만 쿠바가 미국에 기대는 ‘기생 경제’로 버티고 있는 터라 그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하긴 그는 애초 반미주의자였을 뿐 공산주의 이론에 문외한이란 얘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동지였던 체 게바라도 마찬가지였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의학을 전공한 체 게바라가 카스트로 정부에서 국립은행장에 발탁된 비화가 이를 말한다. 카스트로가 회의 중 경제전문가(economista)가 있느냐고 묻자 그가 공산주의자(communista)로 오인해 손을 들면서 발탁됐다는 일화가 사실이라면. 나중에 그는 볼리비아 밀림에서 부하들을 잔혹하게 처형하면서까지 다시 혁명을 기도했지만, 현지인들은 그의 이론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는 체포될 때 고급 롤렉스 손목시계 2개를 갖고 있었다니, 카스트로의 아디다스 운동복만큼이나 가난한 현지 농민들에게는 생경하게 느껴졌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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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6-04-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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